* 농협중앙회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제4회 동시조합장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예년보다 일찍 조합장선거관리사무국을 설치 운영한다. 선거관리사무국은 2027년 말까지 운영된다. 또 농협은 이달 안에 학계, 농민단체 등 외부위원 중심으로 ‘농협혁신위원회’ 를 출범시켜 다양한 농협개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협법 개정안 국회 통과·농민단체 개혁안·중앙회 자구책까지
선거·통제 중심 개혁 논의 속 ‘경제사업·유통개혁’여전히 공백
농업인신문 방종필 기자 2026. 1. 9
최근 연말연시 농업계를 관통한 최대 이슈는 단연 ‘농협개혁’ 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농협법 일부 개정안 통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의 개혁안 제시, 그리고 농협중앙회의 혁신위원회 출범 선언까지, 농협을 둘러싼 개혁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1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농협 비리 엄단’, 12월 11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정책토론회 ‘농협 문제의 뿌리, 무엇인가’, 12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협 혁신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까지, 농협개혁 문제는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12월 19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논의는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다만 농업계는 “이번 법 개정은 농협개혁의 시작일 뿐” 이라며, “선거방식(직선제)이나 농협 지배구조 및 통제 중심의 개혁 논의를 넘어 유통개혁을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와 지배구조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 강력 요구하고 있다.
국회 문턱 넘은 농협법 개정 이어 돈 선거·정보공개·감사체계 등 과제 산적
이번에 농해수위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윤준병·임미애·이원택·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4건의 개정안을 통합·조정한 대안이다. 핵심 내용은 △비상임조합장 연임 2회 제한(3선)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 인상 △도시농협의 도농상생 역할 강화 △외부회계감사 주기 단축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 등이다.
이 개정안은 농해수위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에 대한 여야 간 이견 때문에 무산될 위기까지 있었지만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회 안팎에서는“농협중앙회와 지역 조합장들의 조직적 반발이 본격화되기 전 속도전을 벌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농협개혁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의 시각은 분명하다. 이번 법 개정만으로는 농협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구랍 23일 국회에서 열린‘농협 혁신의 방향과 과제’토론회에서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지금처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시기에 개혁의 속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며 △조합장 돈 선거 근절을 위한 위탁선거법 개정 △농협 감사기구의 독립·법인화 △정보공개 강화와 조합원 청구권 보장 등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정보공개와 관련해 “대의원회·이사회 회의록 공개,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한 조합원 접근권 없이는 어떤 개혁도 공허하다” 는 지적이 이어졌다.
#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만으로 충분한가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꼽히는‘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을 두고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희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비상임조합장은 사고가 발생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며 “책임 없는 권한이 농협 운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정관 개정을 통해 상임조합장에서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미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3선 상임조합장 가운데 69명이 비상임으로 전환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에 따른 전환이었다. 임 의원은 “연임 제한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제도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며 정부 차원의 전수 점검을 촉구했다.
# 농협중앙회 ‘혁신위원회’ 출범, 자구노력 본격화
농협중앙회도 개혁 흐름에 대응해 새해 1월부터 학계·농민단체가 참여하는‘농협혁신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 중앙회장 선출 방식, 중앙회장의 권한과 책임, 조합장·임원 선거제도 개선, 감사위원 추천 구조까지 논의 대상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정부 개혁과제를 뒷받침하고 법 개정의 현장 안착을 위해 환골탈태하겠다” 고 밝혔지만, 농업계 안팎에서는“자정 노력의 진정성과 실행력이 관건” 이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개혁 논의가 선거 관리와 사고 예방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12년 신경분리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농협의 핵심 과제였던 유통구조 개선과 경제사업 활성화가 논의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한 농업계 전문가는 “농협개혁은 결국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산물 유통개혁과 투명한 이사회 지배구조로 귀결돼야 한다” 며 “중앙회는 조합들의 연합체로 기능하고, 권력은 분산되며, 이사회는 공개성과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 개혁의 관건은 ‘유통·경제사업’
전문가들은 이번 농협법 개정과 개혁 논의가 아직은‘지배구조 정비’단계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 단계가 유통·경제사업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농업인 체감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사무총장은 “중앙회장과 조합장의 권한, 그리고 정보공개, 감시 구조를 먼저 바로잡지 않으면 농협은 또다시 같은 문제를 반복할 것” 이라며 “지금의 개혁 동력을 어떻게 다음 단계로 이어가느냐가 향후 농협의 10년, 20년을 좌우할 것” 이라고 말했다.
농협개혁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 시작점에 섰다. 향후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치는 과정, 농협혁신위원회의 실제 행보, 그리고 농민단체의 압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