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쌀값 폭등에 농민만 웃는다? 왜곡 보도에 농민들 ‘두 번 운다’
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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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등한 생산비를 고려했을 때 수확기 산지쌀값 23만940원은 결코 과한 가격이 아님에도 일부 언론은 ‘쌀값 폭등’ 기사를 보도하며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5일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들녘에서 추수에 나선 한 농민이 콤바인이 적재함에 쏟아내는 나락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확기 쌀값 23만원, 밥 한 공기로 치면 260원

소비자 부담 크지 않고 농민은 여전히 투쟁 중

터무니없는 ‘폭등 착시현상’, 원인은 저곡가정책

농가에 ‘정상 소득’ 안겨줄 공정가격 논의 절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6. 1. 9



수확기 산지쌀값 23만940원(정곡 80kg), 공공비축미 수매가 8만160원(조곡 40kg). 역대 최대 쌀값이 등장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정책 성과를 자랑하고 있고, 몇몇 유력 언론들은 ‘서민 울고 농민만 웃는다’며 쌀값 폭등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쌀값이 얼마나 억눌려 왔는지를 간과한 오류이며 이 자체가 농민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 실태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서민은 울지 않으며

농민은 웃지 못한다


23만940원의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 쌀값(18만4700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가격이 ‘적정가격을 뛰어넘었가’는 별개의 문제다. 몇몇 농민단체들이 ‘예년보다 나아졌다’는 데 의미를 부여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농민들의 표정이나 농촌의 분위기는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2024년 쌀 생산비는 정곡 80kg당 13만1628원이다. 23만940원의 쌀값이면, 1만평(축구장 5개 크기) 벼농사를 지었을 때 연소득이 2000만~2100만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개의 농사는 가족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면적직불금 683만원에 자가노동비 2000여만원까지 더해야 겨우 도시노동자 1인가구 평균소득(4025만원)과 비교가 가능해진다.

더 큰 문제는 이 데이터조차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농사 규모와 지역별 여건 등에 따라 생산비와 농가소득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국가데이터처의 생산비 통계는 대체로 현장 농민들의 상식에 크게 미달한다. 2022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청년농부 한태웅씨(당시 논 1만평)의 벼농사 투입비용은 정곡 80kg으로 환산하면 약 8만8000원인데, 자가노동비와 운송·보관·건조비용 등을 계산하지 않은 액수다. 자가노동비만 일 10만원씩 잡아도 80kg 생산비는 18만원대. 국가데이터처 생산비보다 5만원가량이나 높아지게 된다.

2018년 본지 지면에 항목별 투입비용을 낱낱이 공개한 전북 김제 농민 A씨(당시 논 1만2000평)의 경우, 정곡 80kg 생산비를 24만3814원으로 계산한 바 있다. 23만940원의 현 시세는 아직도 이 생산비에 미달하며, 설령 농민들이 요구하는 ‘26만원대 쌀값’이 실현된다 한들 A씨의 소득은 직불금과 자가노동비를 합쳐도 도시노동자 1인가구 소득을 넘지 못한다. 심지어 이는 코로나19와 전쟁으로 농업 자재비·인건비가 폭등하기 전인 2018년의 생산비다.

더욱이 23만940원(조곡 40kg 8만160원)은 전체 쌀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공공비축미 수매가일 뿐, 실제 벼 수매 현장은 더욱 처절하다. 40kg 7만원대 초중반에 묶여 있는 농협 벼 수매가를 끌어올리고자 지난해 수확 직후부터 지금까지 전국 곳곳의 농민들이 ‘수매가 8만원 보장’ 투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지금의 쌀값이 소비자들에겐 부담일까? 지난 7일 기준 쌀 10kg 소매가격은 3만5430원. 평년 이 무렵(2만9307원)보다 6000원이 올랐을 뿐이다. 10kg은 2인 가구가 한두 달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또한 23만940원의 쌀값을 공깃밥(90g)으로 환산하면 260원. 애초에 소상공인들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하기에도 미미하다. 몇몇 언론 보도와는 달리, 서민은 울지 않고 있으며 농민은 전혀 웃지 못하고 있다.



‘쌀값 폭등 착시현상’

책임은 농식품부에 있다


살펴봤다시피 23만940원의 쌀값은 결코 과한 가격이 아님에도 언론에 ‘쌀값 폭등’ 기사가 등장하고, 대중은 물론 정치권과 청와대 일각에서도 이에 동요하는 낌새다. 이는 쌀이 단 한 해도 정상이었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비현실적인 가격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착시현상을 만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농민들의 끊임없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쌀값 상향보다 하향안정에 주력해온 건 재정당국의 입김 이전에 농림축산식품부 자체의 오랜 정책기조였다. 쌀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시장격리는 늘 한발 늦게, 제한적으로 추진했고 농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조차 쌀값 상향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송미령 현 장관은 이 문제에서 가장 보수적인 장관이다. 전임 장관이 ‘수확기 쌀값 20만원 달성’에 상징적인 약속·다짐이나마 내세웠던 데 반해 송 장관은 2024년 수확기 당시 국회의원들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굳이 이 약속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해 수확기엔 쌀 소매가격 6만원(20kg)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발언으로 쌀값 억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산지쌀값 20만원, 소매가격 6만원 이상은 비싸다’는 기준을 이미 대중에게 주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산지쌀값 23만원, 소매가격 6만3000원 상황이 발생하자 송 장관은 말을 바꿔 “역대 최고치로 쌀값을 회복했다”며 스스로를 추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쌀값 회복이 송 장관과 농식품부 입장에서 ‘정책 성과’가 아닌 ‘불의의 사고’라는 건 앞뒤 정황을 보면 명확하다. 대대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 역시 쌀값 회복이 아닌 정부 수급예산 절감을 목표로 한 정황이 뚜렷하며 그 결과마저 식량안보 약화와 논콩·가루쌀의 무대책 포화로 나타나고 있다.

수탈적·환경파괴적 무역, 강압적·담합적 거래 등 정당하지 못한 분야에 대안으로 등장하는 개념이 ‘공정’이다. 한 번도 정당한 값을 받지 못했던 쌀에 비로소 정당한 값을 매겨 보자는 ‘공정가격’. 여당과 송 장관이 양곡관리법 개정 과정에서 삭제한 단어이자 농민들이 수년째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는 단어다. 향후 논의가 진행돼야 할 문제지만, 농민들이 요구하는 공정가격은 약 26만6000원, 밥 한 공기당 쌀값 300원이다.

공정가격은 농민들의 생산비를 보장하고, 도시노동자-농민 간 불평등을 완화하며,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핵심적 개념이다. 이 의제를 뒤로하고 23만940원에 자찬과 만족을 표하다간 자칫 대중의 왜곡된 쌀값 인식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도 농민들이 ‘농정대전환’과 ‘개혁 장관’을 계속해서 갈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