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산업폐기물 처리에 공공성을”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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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폐기물 피해증언과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현수막을 들고 있다.




농촌지역 ‘처리장’ 신세로 전락

국회서 ‘피해증언 토론회’ 열려

질병 발생에 마을공동체 와해

‘발생지 책임 원칙 예외’ 지적

“법 개정해 공적기관이 처리해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12. 11



사람은 서울로 향하고 쓰레기는 농촌으로 몰리면서 한때 청정환경을 자랑하던 농촌이 산업폐기물 시설로 뒤덮이고 있다. 민간업체들이 매립장·소각장·유해재활용 시설을 지가가 낮은 농촌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면서다. 이에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폐기물 피해증언과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는 산업폐기물 처리장 신세로 전락한 농촌지역의 피해와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황의혁 경기 연천군 청산면 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산업현장에선 한명만 다쳐도 큰 이슈가 되는데, 우리 동네에선 50명이 넘는 주민들이 산업환경 피해와 병마로 고생하다 사망했음에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산면에는 SRF가 잇따라 들어섰으며, 현재 가동 중인 시설에서 불과 60m 떨어진 곳에 민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동교 전남 보성군 벌교읍 백이산 지정폐기물 반대대책위원장은 “전국에서 540만t의 쓰레기가 배출되는데, 보성에서 나오는 물량은 900t 정도로 0.02%도 안된다”며 “그런 곳에 전국의 쓰레기를 가져다 묻으려 한다”고 호소했다.

최병열 충남 천안시 동면 지정폐기물매립장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은 “매립장 조성이 추진되면서 인근 마을에 막대한 공작금이 살포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찬반 입장이 갈리면서 마을공동체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설 설치로 주민 피해가 늘어나는 데 더해 사후 처리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도 문제다.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통해 민간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지만, 매립이 끝난 뒤 필요한 사후관리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떠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충남 당진의 고대·부곡 지구 산업폐기물 매립지에선 침출수 수위 유지가 어려워지자 침출수 3만4000여t을 처리하는 데 시비 33억원을 투입했다. 안요진 전 충남도의회 정책지원관은 “앞으로도 53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폐기물 시설이 농촌에 집중되는 이유로 허술한 제도와 ‘발생지 책임의 원칙’ 예외 적용을 문제로 본다. 생활폐기물은 발생한 지자체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산업폐기물은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 팀장은 “산업폐기물 처리를 도맡다시피 한 민간업체들이 인허가가 용이한 비수도권·농촌 지역에 무분별하게 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도 민간업체의 난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농본에 따르면 경북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A업체는 2022년 16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71억원에 달했다.

이에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는다. 국회에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과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들 개정안은 신규로 설치되는 사업장폐기물 시설의 사업주체를 공공성이 확보된 기관으로 제한하고, 생활폐기물에 적용되는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사업장폐기물에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