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대기업 LG 계열사인 LG CNS가 동부팜한농을 인수해 새만금 산업단지에 조성하려던 스마트팜 청사진.
농업계 “농업인 동의·주도권 없으면 대기업 중심 사업 변질 불보듯”
농업인신문 방종필 기자 2026. 2. 13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농업AX플랫폼’ 사업은 이상기후, 농촌 고령화, 노동력 부족, 경지면적 감소라는 농업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AI·데이터·로봇 기술을 농업 전반에 접목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표면적 명분은 ‘농업 혁신’ 이지만, 사업지침서를 살펴보면 농업인 주도성과 권한, 사회적 책임 구조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특히 농업계는 사업의 속도보다 설계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사업과 관련한 농업인(법인)의 권한과 지역사회의 동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면, 과거 화옹간척지(동부그룹)와 새만금(LG CNS)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 갈등과 사업 실패를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에서다
◇ 사실상 대기업 중심 ‘농업AX’ 추진 계획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고한 국가 농업AX플랫폼 사업은 민·관 합작 SPC 중심으로 추진된다. 정부 및 공공기관 출자 비율은 최대 49%, 농업인(법인)·AI기업 등 민간은 최소 51% 이상 참여하도록 돼 있다. 형식상 ‘민간 주도’ 구조이지만, SPC 51% 이상을 확보할 주체는 대기업 또는 대기업 컨소시엄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사회 구성, 대표이사 선임, 사업 전략 결정 등 핵심 의사결정권은 대기업이 장악할 공산이 커서,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은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농업AX플랫폼의 생산과 기술 개발, 유통 의사결정의 열쇠를 농업인이 아닌 대기업이 쥐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벼 중심 제한과 기술 형평성 문제
또 사업지침서에는 공모사업 계획 대상에 ‘벼를 포함할 수 있으나, 벼 이외 작물’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 쌀 수급 안정과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AI 기술과 데이터 축적 관점에서는 벼 또한 중요한 실증 대상이란는 측면에서, 벼를 제외한 설계는 기술 개발의 형평성을 해치고, 농업인이 기술적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기술 개발과 데이터 축적 및 활용을 명분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벼 제외는 농업인 실익과 기술적 합리성을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 생산물 수출 지향한다지만 국내 유통 허용
또한 사업지침서는 사업계획 수립시‘생산물의 수출’지향을 원칙으로 하되, 국내 유통은 도매시장에 직접 출하하는 방식 이외의 유통 경로’를 활용토록 요구한다.
이는 국내 수급 안정과 사회적 반발을 고려한 설계지만, 농업AX플랫폼에 참여하는 실제 농업인에 대한 판매·가격 결정권과 시장 참여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즉, 농업인은 단순히 생산에 참여하는 실무자 역할에 머무르게 되고, 실질적 의사결정과 경제적 주도권은 대기업과 SPC가 장악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농업인이 대기업의 생산‘하청인’또는‘현장 노동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생성 데이터, 대기업 생산·영업전략 도구 될 듯
사업지침서에는 AX 관련 생성 데이터를 취합해 궁극적으로 농업인에게 피드백하는 방안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데이터가 농업인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AI 시스템은 분석과 추천 기능을 제공할 뿐, 최종 판단 권한은 사실상 SPC와 대기업에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축적된 데이터가 농업인에게 주는 이익보다, 전적으로 대기업이 생산·유통 전략을 세우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 지자체 중심 갈등관리와 규제 완화
또한 공모사업에는 반드시 지자체가 참여해야 하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갈등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 추진시 발생 가능한 각종 민원과 주민 반발, 부정적 여론 등을 모두 지자체를 통해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민간 SPC가 사회적 갈등을 직접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고, 동시에 지자체 포함 의무는 농지전용 권한과 대규모 축사·온실 부지 확보를 쉽게 한다. 예를 들어 일반 축산농이 축사 규모를 확대하려 할 때, 후계농에 비해 대단히 어렵고, 주민 동의 의무화 등의 제한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 문제와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 과거 화옹지구와 새만금 사례 답습 우려
농업계는 이번 사업이 과거 화옹간척지(2011~2013)와 새만금 스마트팜 조성사업(2016년)의 실패 사례를 답습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동부그룹은 정부의 첨단유리온실 지원계획에 따라 경기 화성시의 화옹지구 간척지에서 토마토 대규모 생산과 수출을 추진했다. 정부는 첨단 농업기술 접목을 통한 경쟁력 강화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농업인들은 유통시장 교란과 생계 위협(이른바 골목상권 잠식)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동부그룹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며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LG CNS도 2016년, 새만금에서 스마트팜 실증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기술적 한계와 농업인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농업인과 지역사회의 참여·동의 없이 기술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가 실패 원인이었다.
이 두 사례는 대기업 중심 사업 추진, 농업인 배제 구조가 반복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사업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농업AX플랫폼 사업은 이러한 전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설계라는 점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 농업은 대기업의 ‘블루오션’ ‘레드오션’ 아니다
또 농업계는 이번 사업이 단순히 농업 관련 AI기술 전환의 필요성만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농업인단체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기업은 수익사업 모델 중 하나로써, 농업을 ‘블루오션’ 또는‘레드오션’ 대상으로 삼아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에 끊임없이 로비해 왔고, 그 결과물이 ‘대기업의 농업진출’ 을 허용하는 법과 제도에 시나브로 반영돼 왔다” 면서 “최근의 ‘지자체 농지전용 권한 확대’ 중심의 농지법 개정 추진과 갈등조정 권한 부여, 이번 대기업 중심의 농업AX전환 사업 환경 조성 계획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건 예사롭게 볼 사안이 아니다” 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업설계와 시행과정에서 농업인의 주도권과 권한이 제한된 것을 보면, 향후 농업인(법인)이 대기업의‘하청인’또는‘현장 노동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경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AI 농업 전환을 지속 가능하게 추진하려면, 농업인을 단순 실증 대상이나 참여자가 아닌 공동 설계자이자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며, “과거 화옹지구와 새만금 사례가 보여주듯, 농업인의 동의와 주도권 없이 추진되는‘대기업 중심 사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