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업인신문] 농업 현장, “오늘도 다치고 죽는다”… 안전사고 ‘사각지대’ 예방조치 시급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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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성시에 거주하는 정재영 농업인은 2년 전 논두렁 제초 작업을 준비하다 넘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아직도 후유증(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그는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설명하면서, 농업인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농업인 부상 연 4만7000명, 농기계 사고도 해마다 약 1천 건

현행 법률, 사고 이후 보상에 치우쳐...예방 교육은 ‘선택사항’

국회 토론회서 체계 전환 논의, 사고 감소 위한 구조 개편 촉구



농업인신문 박정완 기자 2025. 12. 26



경기도 안성에서 벼농사를 짓는 정재영 씨는 2023년 제초제를 살포하다 큰 부상을 입었다. 논두렁에 제초제를 뿌리기 위해 1톤 트럭 적재함에 플라스틱 컨테이너 박스를 딛고 올라서던 중, 박스가 부서지며 뒤로 추락했다. 팔로 땅을 짚었지만 어깨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결국 수술 후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료비는 400만원. 다행히 농업인안전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어 약 270만원의 보상을 받았고 자부담은 13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사고 직후 3개월간 중단된 농작업, 이후 본인을 대체할 인력비 300만원(20일), 후유증에 따른 2년간의 통원 치료 등을 따져보면 최소 1000만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그는 “사고 이후의 공백과 후유증, 농사 일정의 차질까지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며“아차 하는 순간의 부주의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한다. 농작업 재해 예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고 당부했다.

실제 농작업 재해는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의 ‘농업인안전365’ 통계에 따르면 1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업무상 손상(비사망 사고)을 입은 농업인은 2019년 4만8,405명(전체 농업인의 2.7%)에서 2021년 4만4,302명(2.4%)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에는 다시 4만7,601명(2.6%)으로 반등했다. 감소세가 뚜렷하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농업기계 사고도 상황은 비슷하다.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농업기계 사고는 해마다 1,00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1,384건(사망 72명·부상 943명)으로 급증했으며, 2023년에는 979건(사망 41명·부상 407명), 2024년 894건(사망 73명, 부상 425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이다.

이처럼 농업현장에서 해마다 수만 명이 다치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여전히 사고 이후의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한 예방 조치나 교육, 안전 설비 개선 등 사전 대응 체계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농업인 안전보건 증진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현행 ‘농어업인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이 사후 보장 중심에 치우쳐 있고, 예방 중심의 교육·관리 체계는 법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조성호 농정연구센터 이사(변호사)는 “현행 법률에는 예방 교육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규정돼 있으며, 대상자조차 명확하지 않아 제도적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며 “국가의 책무와 농업인의 책임을 명문화하고, 모든 농작업자를 포괄하는 예방 중심의 법체계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법의 전면 개정 또는 예방 중심의 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역시 “농업인의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라며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예방을 중심에 두는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제도적 미비점에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법 제정보다는 기존 법률을 개정해 실효적인 예방 조항을 반영하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장은 “현행 법에도 예방 조항이 있으나 실효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 이라며 “농촌진흥청과 긴밀히 협의해 법 체계 내에서 예방이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 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현재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2029년까지 농작업 사망사고율을 연평균 3%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실행할 현장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노만호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사고는 보험으로 보상할 수 있지만, 예방 없는 제도는 또 다른 사고를 부른다. 농업인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은 사후 보장이 아니라, 사고를 줄이는 법과 제도에 초점을 맞출 때 가능하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