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규정 ‘한국만’ 적용…“수출할 땐 상호관세, 수입은 문턱없이”
“트럼프 ‘갑질 협상 ’에 또 농업 희생”, FTA 12년간 농업적자 93조원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5. 12. 26
“왜 우리 농업만 희생하는가. 미국 농축산물에도 상호관세 매겨라!”
한미FTA를 이유로, 내년 3월 이후부터 관세가 완전철폐되는 미국산 만다린(감귤류)이 무차별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이달 들어 제주 감귤재배 농민들은 농가 보호대책을 마련해달라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만다린이 무관세로 수입될 경우, 감귤 농가는 30% 이상 뒤진 가격경쟁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한미FTA 발효 14년 차를 맞고 있는 정부는 아직 뚜렷한 답변이 없다.
한미FTA 목표지점인 관세 완전 철폐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2026년인 내년부터 한미간 FTA협상 약속에 따라 농식품분야 소고기를 비롯 미국산 농축산물 대부분에 대해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즉, 미국산 일괄‘관세 제로화’되면서 운송비와 제품단가만으로 가격경쟁이 붙는, 무역자유화가 실현된다. 문제는 한미 간 양국의 협상임에도, 미국산을 들이는 우리나라 쪽만 관세 폐지를 적용한다는 것. 미국은 FTA와 상호관세를 병행해서는 안된다는 당초 협정을 위반, 자국 시장 보호 명목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FTA협정을 따라가는‘수직 거래’에 항복한 형국이다.
결론적으로, 한미통상협상 합의로, 국내 농업은 관세 폐지 전후의 개방 충격을 지속적으로 떠안고 가게 됐다. 미국과의 FTA 이후 농축산물 무역적자액, 농업피해 규모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농업 붕괴 리스크에 추가 개방 리스크를 보탠 격이다.
내년부터는 미국산 수입 농산물과 똑같은 품목을 키우거나, 수입 영향권 내 대처 농축산물을 기르는 농가까지, 농삿일을 포기할 것이냐 지속할 것이냐의 판단 사례가 확산될 전망이다.
내년 관세철폐부터 매년 6천억원 이상의 농가 피해가 예측되는 한우산업계의 경우, 한우산업지원법 이외 직접적 보호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상호관세로 통상무역 균형을 파괴했듯이, 우리 정부도 수입산에 똑같은 상호관세를 주장해야 한다” 며 “소고기에 대해 검역절차나 추가개방 선을 지켰다고는 하지만, 관세철폐된 지금 환경에서는 소를 기르는 지구력이 한계에 닿았다고 본다” 고 실정을 얘기했다.
한편, 농식품부 평가·국책연구기관 보고·국회예산정책처 보고 등 한미FTA에 대한 관련 이행 분석 자료를 종합하면,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12년간 한미통상무역에서의 농식품분야 무역적자는 약 630억달러 정도 추산된다.
최근 환율로 치면 93조5천억원 규모로, 이미 국내 농업 자생력은 기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산 농축산물을 대신해 12년간 93조원의 미국산을 소비했다면, 집약적 영세농의 국내 농업생태계는 충분히 와해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여기에 수입산 미국 농축산물 관세가 100% 사라지는, 한미FTA의 편파적 기능이 계획대로 적용된다면, 국내 농업은 총체적 재앙에 든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최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재정위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이후에도 FTA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의 ‘FTA 유효’ 발언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적용했어도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비교해보면 관세 수준이 낮다’ 고 의미를 둔 것이다. 구 부총리는“한국은 여전히 FTA혜택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은 생각지도 않은 발언이다.
구 부총리 설명대로라면, 최근 팩트시트를 생산한 한미관세협상의 결론은, 미국은 ‘한미FTA관세철폐+상호관세’를 적용한 것이고, 반대로 한국의 미국산에 대한 관세적용은‘한미FTA관세철폐+0’에 해당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이 관세를 높일 경우 그만큼을 상호관세에 더 붙이겠다고 언급한 사실을 감안하면, 농업을 희생시킨 ‘불균형’ 무역거래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 통상 전문가는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관세 제로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파고가 ‘악순환’ 으로 다가오고, 정부의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라면, 농업·농민의‘묻지마 식’희생은 계속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