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대 전남도의회 의원(진보당)이 19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극복 공감하지만
도심권에 통합 이익 쏠림 불만
농촌 의원수 줄여 논란 일기도
“도농 균형발전 검증 등 숙의해야”
농민신문 장흥=장재혁, 장성=이시내, 부산=이선호 기자 2026. 1. 29
“광주광역시 중심으로 통합이 추진된다는 얘기가 들려 농촌과 농민이 희생되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전남 영암군 삼호읍 주민).”
정부가 수도권 1극 체제 탈피와 균형성장을 위해 ‘5극3특’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발맞춰 광역 지방자치단체 여러곳이 행정통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역에선 행정통합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행정통합에 대해 졸속 추진 우려도 나온다. 농촌·농민이 소외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전남도와 광주시는 2일 대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뒤 19일 영암군과 광주시 동구를 시작으로 시도민 대상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두 지자체는 2월말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한다는 게 목표다.
지역에선 행정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역소멸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약속한 연 최대 5조원, 4년 총 20조원의 파격적인 재정지원과 2차 공공기관 이전 같은 인센티브가 지역에 활력을 넣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직업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지자체 주도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21일 전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16∼19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8%가 현재 행정통합이 ‘성급하고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통합 논의과정에서 농촌주민에게 불리한 통합안이 거론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광주시의회는 현재 광주 23명, 전남 61명 등 총 84명인 광역의원수를 118명으로 확대하는 특별법 건의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광주 의원수는 43명으로 늘렸지만 농촌지역인 전남 의원수는 55명으로 줄였다. 의원 1인당 대표 인구가 광주 6만여명이어서 전남(2만9000여명)에 비해 과소 대표됐다는 논리다. 해당안은 특별법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영암·장흥 등에서 열린 도민공청회에선 광주 중심으로 정책·자원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장흥군 장흥읍에 사는 고흥천씨는 “통합에 대한 이익은 광주·순천 등 도심권에 쏠리고 장흥 같은 남부권 농촌지역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별법에 소외지역 공공기관 유치 같은 혜택을 명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에 사는 문일태씨는 “행정통합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며 “(20조원의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이후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남도의회 오미화·박형대 의원(진보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과거 도농복합도시 행정통합 과정에서 농어촌이 정책 결정과 예산 배분에서 소외되고 공동화가 심화한 사례를 언급하며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는 통합은 같은 문제를 반복해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 마산·창원·진해 통합 과정에서 겪은 부작용을 교훈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종민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낸 ‘지자체 행정구역 통합의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2010년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이래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재정자립도와 1인당 지역 내 총생산, 인구 1000명당 기업과 종사자수 등 주요 지표들은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주도로 급속히 추진되는 통합보다 충분한 발전방안 수립과 검증,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 [용어설명] 5극3특
전국을 5개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강원·전북·제주)로 재편해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하려는 균형성장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