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 ‘식량 비축’ 모색
전쟁·기후위기 등 리스크 확대
전략자산으로 인식 대응 나서
일본, 쌀값 급등 여파 지속되며
2월 중의원선거 이슈로 떠올라
북유럽은 ‘비상시스템’ 재가동
인도·브라질 등 곡물 매입 확대
농민신문 류현주 기자 2026. 1. 29
최근 전쟁과 기후위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가 다시 ‘식량 비축’에 나서고 있다. 그간 시장에 맡겨왔던 식량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위기 대응 차원의 국가 개입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되는 흐름이다.
일본에서는 쌀값 급등 여파가 이어지며 2월8일 예정된 중의원 선거의 주요 이슈로 식량안보가 부상하고 있다. 폭염과 해충 등 기후위기에 더해 감산 중심의 경직된 수급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식량 불안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이 23일 발표한 12∼18일 기준 전국 슈퍼마켓 1000곳의 평균 쌀값은 5㎏당 4283엔(약 4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0.4%(16엔)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1%(656엔)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달 중순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새 총선을 선언하며 식량안보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여야는 총선 공약으로 식료품 소비세 인하를 내걸고 있으며, 현재 8%인 세율을 한시적으로 0%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농업신문’이 23일부터 5일간 농업 종사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중의원 선거에서 논의해줬으면 하는 농정 의제’를 조사한 설문에서도 ‘식량자급률 향상’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유로는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해서” “식량안보는 곧 국방”이라는 의견을 들었다. 불안정한 세계 정세를 고려할 때 자국의 식량 생산기반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뒤를 이은 응답은 ‘농가에 대한 소득보상’과 ‘생산비용 상승을 반영한 가격 형성’이었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유지하려면 농가의 소득 기반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지지 정당으로는 자민당이 가장 많았지만, 특정 정당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식량안보를 부쩍 챙기는 흐름은 일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세기 대기근의 공포를 기억하는 핀란드부터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냉전 이후 폐기했던 비상 식량 비축시스템을 재가동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스웨덴은 2026년 예산에 식량 비축을 위해 약 6300만달러(약 912억원)를 편성했다. ‘총력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곡물뿐 아니라 종자와 비료까지 비축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국민 모두에게 하루 3000㎉의 열량을 공급할 수 있는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도 기후재난에 대비해 정부 주도로 곡물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 곡물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인도 정부의 쌀 비축량은 약 5800만t으로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다.
FT는 “각국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는 글로벌시장과 무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식량은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