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사과·배 묘목 공급난에 ‘전국 품절대란’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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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배·‘후지’ 사과 물량 없어

내년 심을 나무 선주문하기도

고령화 등으로 생산농가 줄고

생육부진·산불 피해까지 겹쳐



농민신문 옥천=정채원 기자 2026. 2. 23



“‘신고’ 배 2000주 구할 수 있습니까?”

20일 오전 10시30분, 충북 옥천군 이원면 이원묘목시장. 시장 문을 연 지 얼마 안된 시각이었지만 김철기 그린묘목농원 대표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배 묘목 가격과 재고량을 묻는 전화였다. 그러나 김 대표의 답은 똑같았다. “올해 물량은 끝났습니다. 전국이 다 품절이에요.” 수화기 너머 농민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봄철 묘목시장이 극도의 혼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시하기도 전인데도 극심한 물량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유통인들은 “물건(묘목)을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신고’ 배 묘목은 전국적으로 품절됐다. ‘후지' 사과도 사실상 소진됐다. 일부에선 내년 심을 물량을 선주문받는 현상까지 등장했다.

김 대표는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올해가 아닌 내년 심을 묘목을 1년도 더 전에 예약받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연규 금산농원 대표 또한 “배 묘목을 구하기 위해 전국 여러 농원에 전화를 수없이 돌려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격 또한 급등세다. 본지 취재 결과 올해 이원묘목시장과 경북 경산묘목시장 등지에서 취급하는 주요 과수 묘목 가격은 품목 가리지 않고 전년 대비 평균 20∼30% 올랐다. 특히 배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신고’ 배 묘목은 2025년 2월 기준 한그루당 5000∼6000원에서 올해 8000원 이상으로 최대 60% 뛰었다.

‘이지플’ 같은 사과 신품종 묘목은 지난해 1만5000∼1만8000원에서 올해 2만∼2만5000원으로 33∼39%, 복숭아(황도·백도 계열)는 지난해 6000∼7000원에서 8000원 이상으로 14∼33% 인상됐다. 그러나 시장 유통인들은 “사실상 사과·배는 묘목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묘목 품귀 현상의 배경으론 극단적인 공급 부족이 꼽힌다. 묘목 생산농가의 고령화로 은퇴가 빠르게 이뤄졌지만 인건비·자재비 상승 등 생산 여건 악화로 후계농·창업농 신규 유입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민선미 이원묘목시장 나무늘보나무시장 대표는 “몇년 전부터 묘목 생산농가수가 급감해 생산량 감소가 예견됐는데 올해 그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인들에 따르면 배는 수익성 저하로 묘목 생산을 포기하는 농가가 증가했고, 복숭아는 종자 수입 차질과 환율 상승이 겹치며 생산 여건이 악화했다.

이상기상도 한몫했다. 정희진 경산묘목영농조합 조합장은 “지난해 여름철 폭염에 이어 10월 가을장마가 닥치면서 묘목 생육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철 영남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도 영향을 줬다. 3∼4월 산불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시·군농업기술센터가 피해농가 지원용 묘목을 앞다퉈 선제 확보하면서 민간시장 유통물량이 쪼그라드는 연쇄 반응이 나타났다는 게 유통인들의 전언이다.

현장에선 묘목난이 3∼5년 뒤 과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올해 묘목을 제때 심지 못하면 3∼5년 뒤 성목 부족으로 이어져 향후 과일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원묘목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묘목시장 상황은 수년 후 과수산업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