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농지은행 불량 농지 임대, 왜 막지 못했나
2026.03.05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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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지은행이 임대한 강원 강릉시 구정면 농지 성토층(지표에서 약 50cm 깊이에 있는 다져진 토양층)에서 나온 쇠붙이와 아스팔트 조각들이 지난달 20일 해당 농지 위에 쌓여 있다.
* 농지은행이 임대한 강원 강릉시 구정면 농지 성토층(지표에서 약 50cm 깊이에 있는 다져진 토양층)에서 나온 쇠붙이와 아스팔트 조각들이 지난달 20일 해당 농지 위에 쌓여 있다.





농지 복구도 안 됐는데 농어촌공사 임대차 계약

폐기물 섞인 순환토사에 얕게 성토한 불법 복구

복구기준 위반에도 강릉시 부실 관리·늑장 대처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6. 3. 4



한국농어촌공사(공사) 농지은행에서 5년 계약으로 농지를 빌리고도 4년째 농사 한 번 못 지은 농민이 있다. 해당 농지가 농사는 물론 비닐하우스도 지을 수 없는 상태라서다.

강원 강릉시 구정면에 있는 해당 농지는 총 4필지 가운데 3필지가 약 3년간 타용도 일시 사용(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 관련 조립제작장) 뒤 농지로 복구됐다. 하지만 「농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성토(흙 쌓기) 기준을 위반했다. 게다가 농어촌공사 강릉지사가 임대차계약을 진행했던 때는 농지복구 준공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계약 뒤 5개월이 지나서야 농지복구 준공이 승인됐고, 불법농지전용 원상회복 행정명령은 또 해를 넘긴 뒤에야 내려졌다. 즉 강릉시는 농지복구 준공 승인 뒤 이듬해까지도 농지복구 기준 위반을 조처하지 않았고, 농어촌공사는 농지로 복구되지 않은 땅을 임대한 것이다.

해당 농지를 빌린 조명숙 삼순이 농업회사법인 대표는 겉보기엔 문제가 없어 땅을 빌렸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 사업을 통해 갯방풍·금화규 등 특용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던 차에 해당 농지는 반듯하고, 도로에 맞닿아 있고 울타리도 있어 맞춤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농지 상태로 조 대표는 4년째 강릉시·농어촌공사에 거듭 민원을 넣고 민형사상 싸움까지 진행 중이다. 농지는 농어촌공사가 소개할 만큼 겉으론 멀쩡했지만, 뿌리가 땅속에 깊이 내리고 습해에 취약하며 깨끗한 토양이 필요한 특용작물을 심을 수는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찾아간 해당 농지에는 농지 성토재로 쓸 수 없는 아스팔트 조각 및 정체를 알 수 없는 쇠붙이, 굵직한 콘크리트, 파이프 조각 등 묻혀 있던 폐기물이 드러나 있었다. 이들은 순환토사(건설 폐토석을 중간 처리해 토양오염 기준을 충족하면 재활용 가능)와 섞여 굳게 다져진 층을 이루고 있었고, 그 위로 20~50cm 깊이에 불과한 마사토가 덮여 있었다. 배수가 안 돼 웅덩이가 형성됐고, 울타리 쪽 일부 토양은 빗물에 휩쓸려 무너져 있었다.


# 행정 실책·규정 미비로 인한 피해, 누구 책임인가

조 대표는 계약 1년 차 모종·비료 확보 등 농사를 준비하고, 2년 차 봄에 비닐하우스를 짓던 중 쇠기둥이 땅에 박히지 않자 겉흙을 파보는 과정에서 땅의 상태를 알게 됐다. 쇠기둥이 깊게 박히지 않으니 비닐하우스는 지은 지 단 하루 만에 바람에 모두 뒤집혔다.

흙을 더 갖다 붓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강릉시는 토양 오염도 검사를 통해 오염도는 낮고 성토 깊이 기준(지표면에서 깊이 1m 이내에는 사용 불가)만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성토재로 쓴 순환토사에 폐기물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오염도가 낮다는 결론은 고소 건(폐기물관리법 위반·사기(농사 불가한 땅을 속여 임대))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의 시작은 농어촌공사와 강릉시 담당자들이 수년간 다른 용도로 쓰인 농지임에도 제대로 복구됐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농지 임대차계약과 농지복구 승인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 농지의 문제점이 임차인의 숱한 민원과 고소 과정에서 드러난 만큼, 이번 문제가 두 기관의 행정적 실책의 결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불량 농지를 걸러내지 못한 제도적 미비도 문제다. 농어촌공사 「농지임대수탁사업 업무지침」상 임대수탁을 해서는 안 되는 농지에 농지전용 농지는 포함되지만 타용도 일시 사용 농지는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임대수탁 요건만 맞으면 타용도 일시 사용 농지도 임대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농어촌공사 강릉지사는 “일시사용허가는 농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라 사용 기간 만료 전이라도 농업경영 목적이라면 본래 용도로 원상복구 하는 것이다. 이에 관련 법령과 업무지침상 임대차 농지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라며 “다만, 계약 과정에서 확인할 수 없는 중대한 계약본질의 하자는 무효나 취소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손해가 있다면 배상청구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농지가 타용도 일시 사용 중이라는 사실을 임대차계약 이후에 확인했다며 “여러 차례 당사자 면담과 관계 정부기관의 공식 의견 공유, 지자체의 농지 원상회복 명령이행 촉구, 계약해지 및 위약금 부과 통지 유보 등 중립적으로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임차농인 조 대표는 임차료·비닐하우스 설치 등 비용·영농자재비·기대 영업이익 등 피해를 봤지만 보상 규모나 방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아득한 상태다. 아울러 법적 분쟁 중이라 현장 보존을 위해 임대차계약 해지와 농지복구 명령 이행 협조(농지 소유주가 성토 기준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경작자(임차농)의 동의 필요)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지 소유주도 농지복구 명령을 이행할 수 없으니 부담해야 할 이행강제금만 쌓여간다. 합리적 보상안 조율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애초 농어촌공사가 농지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땅의 임대를 보류하고, 강릉시가 농지복구 준공 검사를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피해이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처음부터 공사가 나서서 책임져야 했다. 소유주와 임차인이 직접 싸우게 한 것부터 잘못됐다”라며 “6차 인증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고 지원사업도 다 놓쳤다. 강릉시가 농지를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살펴봤다면, 공사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