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환경’ 만족도 평균 웃돌아
거주의향 높고 걱정도 양호한 편
‘낙후공간·삶의질 저하’ 묶기보다
지역별 유형 구분, 맞춤 정책 필요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6. 2. 24
인구감소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이 전국 평균보다 대체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구감소지역을 하나의 ‘낙후 공간’으로 묶기보다 유형을 나눠 맞춤형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한국인구학회가 최근 학회지에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의 삶의 질 현황과 유형화’ 연구(권다은 서울대 한국사회과학자료원 객원연구원, 황선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에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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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감소지역 삶의 질, 전국 평균과 비교해보니
연구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의 전반적 삶의 만족도는 평균 6.454점으로 전국 평균(6.393점)보다 오히려 높았다.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조사 주관지표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 만족도와 행복도는 전국 평균과 유사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더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안전 만족도는 3.405점으로 전국 평균(3.308점)보다 높았고, 환경 만족도 역시 3.659점으로 전국 평균(3.435점)을 상회했다. 시·군·구 단위 거주의향도 4.047점으로 전국 평균(3.761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인구감소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낮을수록 긍정적인 지표인 걱정도와 생계유지 어려움 정도도 각각 4.157점, 2.223점으로 전국 평균(4.341점, 2.260점)보다 양호했다.
반면 일자리 충분도는 2.705점으로 전국 평균(2.721점)보다 낮았고, 문화시설 만족도(2.790점)와 여가활동 만족도(2.807점) 역시 전국 평균(각각 2.920점, 2.903점)에 미치지 못했다. 경제·문화 기반의 취약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인구·산업 규모 등 객관적 지표가 낮다고 해서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까지 반드시 낮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안전·환경·공동체 관계 등 비경제적 요인이 삶의 만족도를 지탱하는 측면이 크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객관지표는 구조적 특성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정주 의향이나 사회적 관계 만족도 등 주관적 삶의 질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주관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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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감소지역, 유형 나눠 정책 차별화해야
연구는 K-평균 군집분석과 주성분분석(PCA)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생활여건 양호형’(22개 지역), ‘저활력 기초복지형’(28개 지역), ‘공동체 친화형’(39개 지역)이다. 연구가 유형별 맞춤정책을 강조한 이유는 인구감소라는 결과는 같더라도, 삶의 질을 지탱하는 기반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책은 인구 유입, 산업 유치 등 양적 성장 중심 처방에 무게를 둬왔지만, 유형별 강점과 취약점이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사업을 반복할 경우 체감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생활여건 양호형’은 소득·일자리·안전·환경 등 다수 영역이 평균 이상으로 나타난 지역군이다. 이 유형은 부족을 보완하기보다 이미 갖춰진 기반을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고, 청년과 가구가 정착할 수 있도록 생활·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전략이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일자리·주거·교육·돌봄을 연계한 ‘정착 패키지’형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저활력 기초복지형’은 전반적 만족도는 낮지만 교육·의료 등 기초 인프라는 비교적 유지되는 유형이다. 개별 사업을 분산하기보다 의료·주거·돌봄·교통을 묶은 생활권 단위 복지체계를 강화하고, 생활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단기적 인구 유치보다 기존 주민의 생활비·이동·돌봄 부담을 줄이는 정주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동체 친화형’은 물질적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사회통합과 문화·환경 만족도가 높은 유형이다. 연구는 이 유형을 “객관지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시설 확충 중심 정책은 공동체 결속이라는 강점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주민조직·마을 단위 상호돌봄·생활문화 공간·사회적경제 등 관계망을 정책 자원으로 전환하는 회복력 강화 전략이 적합하다는 제언이다.
연구진은 “인구감소지역 내부에도 상당한 이질성이 존재한다”며 “정책은 인구 감소 규모 자체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의 구조를 다층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