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식량안보 위기대응 보고서
밀·콩 등 수입에 의존하지만&#160
공급망 불안 대비 매뉴얼 부재
국가안보 핵심과제로 격상
범정부차원 종합정책 세워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6. 3. 6
우리나라 식량 위기 대응 체계가 가격 중심의 진단에 치우쳐 있어 물량 부족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상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응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가칭 ‘식량안보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핵심 입법 내용으로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 농지와 수리시설의 보전과 관리, 종자산업 육성, 비축제도 운영 사항 등이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승준호 부연구위원 등이 최근 발간한 ‘식량안보 위기 시나리오와 대응 체계 구축’ 보고서에 담겼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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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량 위기 대응 한계, 근거법 마련 시급
우리나라의 식량 위기 대응 체계는 가격 중심의 위기 진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물량 확보 및 조달 실패 가능성 확대에 따른 위기 유형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위기 대응 수단이 비축, 해외농업자원개발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상호 연계성이 떨어지고, 밀과 콩처럼 수요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은 수출 금지 변수 등으로 수입량이 급감할 경우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160
더 큰 문제는 장기적인 공급망 불안에 대비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가격뿐만 아니라 물량 위기 등 최소 식량 공급이 어려운 사태까지 고려한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160
승준호 부연구위원은 “일본은 2025년 4월 ‘식량공급곤란사태대책법’ 제정을 통해 평시 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위기 발생 시 총리를 중심으로 대책 본부를 구성하는 한층 강화된 대응 수단을 마련했다”면서 “최소한의 식량 공급이 확보되지 않는 가장 심각한 단계에서는 공급 열량을 중시한 국내 생산과 한정된 식량의 공정한 할당·배급, 급등한 식량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 추진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160
농정 당국은 올해 식량안보를 다루는 개별법인 ‘식량안보법’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미 식량안보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정부 수정안이 마련되면 의견 수렴을 거쳐 본격적인 입법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도 식량 위기 대응에 특화된 단일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0% 이상 높게 나타났다.&#160
승 부연구위원은 “식량 공급 위협 요인이 증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식량안보를 국가안보의 핵심과제로 격상시키고 범정부적 차원의 종합적 정책이 요구된다”면서 “따라서 일본과 중국처럼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존 식량안보 관련 조항을 보완하고, 독립된 식량안보법을 제정해 유기적인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정책 추진에 있어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고 제시했다. &#160
◇ 식량안보법이 담아야 할 내용들은
물량의 공급 부족 상황을 고려해 위기 판정 기준 적용을 검토하고 평시와 위기 발생(1~3단계)로 나눠 ‘평시 준비’와 ‘적시 개입’ 등 단계별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160
승 부연구위원은 “평시에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 확보와 위기 대응 태세 확립을 위해 농지를 비롯한 수리시설의 보전과 관리 강화, 종자산업의 보호와 육성, 효율적인 비축제도 운영에 관한 사항이 핵심 내용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수입선 다변화, 해외농업생산기반 확보 노력 등 국제협력 강화에 관한 사항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160
이와 함께 “위기 징후 및 발생 시에는 국가가 안정적으로 식량 공급을 확보하고 국민의 식량접근권을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와 내용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면서 “식량안보 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책 본부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바탕으로 식량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관한 사항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160
식량안보 위기 대응을 위한 기금 조성도 요구된다. 승 부연구위원은 “기금의 용도는 식량 비축 및 방출과 수입 조정을 통한 시장안정 대책, 식량 위기 시 긴급 수급 조치, 증산 및 생산기반 보수 및 복구 지원, 위기 대응 관련 연구로 설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보고서에서는 주요국의 식량안보 위기 대응 전략과 함께 장기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대응 모형을 스위스 사례(‘DSS-ESSA’)로 꼽았다. 스위스 정부는 해당 모형을 1980년부터 약 45년에 걸쳐 발전시켜 왔다. 식량, 종자 등의 수입이 완전히 중단된 상황에서 국민에게 공급 가능한 최소한의 칼로리와 필요 농경지 면적을 산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작물순환지역 부문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도 중요한 근거 역할을 맡고 있으며, 최신 버전으로 확장되는 등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