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겨울 소비 부진 및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월동대파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지난달 25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광산리에 수확을 시작도 하지 못한 대파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 농업 생산 현장 고려한 적정가격의 지속 중요성 강조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6. 3. 6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제적 수급관리’라는 용어를 정책적으로 명확히 표현한 건 지난 2024년 3월경이다. 2024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 불안에 따른 ‘생산자·소비자’ 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후조치에 의존하던 수급관리를 생산자·지자체 등과의 협력을 통한 ‘선제적·자율적’ 대응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농식품부의 수급관리 정책은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생산량 감소에 따른 시장가격 상승 우려에만 치우쳐 시장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공급 부족으로 가격 인상이 예측될 경우에만 선제적으로 수매비축 등을 추진하는 식이었다. 정부에선 농축산물 장바구니 물가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줄곧 전하며, 민생 안정을 위한 할인지원에 수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주로 편성·집행했다.
지난해 8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농산물 안정 생산·공급을 위한 선제적 수급관리 체계 구축의 기반이 마련됐다. 오는 8월 27일 시행을 앞둔 개정 농안법은 매년 농수산물 수급계획을 수립해 농산물 생육부터 선제적 수급관리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제적 수급관리 이행 이후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엔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도록 하는 농수산물가격안정제도의 도입도 주요하다. 현재 농식품부는 하위법령 개정안 마련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당초 전망보다 앞당겨 오는 3월 말에서 4월 초순경 관련 내용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정부가 입법예고에 앞서 생산자단체 등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지만 현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그간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기준가격 산정 역시 뜨거운 감자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현장의 농민들은 “이상기후로 생산이 줄어 시장가격 오를 때마다 할인지원 예산을 쏟아붓고 수입을 일삼아 국내 농산물 생산 기반을 어지럽힌 게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다. 가격 하락 시엔 농민이 자체적으로 밭을 갈아엎고 농식품부 앞에 집회를 열어 농산물을 내동댕이쳐야만 뒤늦게 과잉 생산 물량을 비축하거나 산지폐기 등을 일부 지원해왔는데, 신뢰가 남아있겠나”라며 “농업예산 수천억원을 대형유통업체 등에 쏟아부으며 할인지원에 매진하는 동안 농민들은 수십년째 오르지 못한 농산물값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소비지뿐만 아니라 생산지에도 적정가격이 유지돼야만 영농이 지속 가능하고, 급격한 가격 등락에 따른 수급 불안을 끊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전 품목에 걸친 가격 하락을 겪고 있는 월동채소 주산지 농민들은 특히 수급체계의 변화를 준비함과 동시에 최근의 현장 상황을 고려해 수매비축 확대 및 산지폐기 등의 대책을 가까운 시일 내, 더 늦기 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