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동채소 중 당근의 경우 수입량 및 재배면적 증가가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지난 1월 13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당근을 수확해 손질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세 하락 원인 다양
생산비 밑도는 가격에
농가 시름 날로 깊어져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6. 3. 6
대파, 무,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바닥에 머물고 있다. 주산지 농민들은 가격 하락이 예견됐던 만큼 이를 사전에 막아내지 못한 정부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올해 월동채소 가격 하락은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만연한 수입으로 인한 시장 축소, 재배면적 증가와 소비 부진 등 그간 농산물 시세 하락의 고질적 병폐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오르지 않는 이상 현상도 확인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육 부진이 수확 지연으로 이어져 출하가 쏠린 영향도 큰데, 이는 다음 작기 시세에도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4월 이후 출하를 앞둔 봄 작기 시설작물은 최근 온화한 날씨 탓에 생육이 촉진돼 출하가 밀린 월동작물과의 시장 경합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시장 장악한 수입물량에
재배면적 증가까지 겹쳤다
지난 2월 한 달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당근은 상품 기준 평균 2만5651원(20kg 한 상자)에 거래됐다. 전년 동기 평균 6만1726원보다 58.5% 낮다. 올해 이렇게 낮은 시세의 원인은 증가한 수입량과 재배면적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거래된 물량은 총 3525톤으로 그중 39%인 1376톤을 수입산이 차지했다. 게다가 제주특별자치도가 드론을 활용해 실측한 월동채소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근 재배면적은 1851ha로 전년 대비 25.4%, 평년 대비 45.9% 증가했다.
재배면적 증가는 불안정한 시장가격 탓이 크다. 현승용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지난해엔 당근 가격이 극단적으로 높았고, 올해 극단적으로 낮다. 가격이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상승한 가격을 보고 쏠리는 품목 전환이다”라며 “구좌읍의 경우 콩과 감자에서 당근으로 눈에 띄게 많이 넘어왔다”고 전했다.
양배추는 가락시장에서 지난달 말 8kg 상품 한 망 기준 평균 6072원이라는 최저 거래단가를 기록했다. 2월 한 달 동안 평균 8022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동기 1만4921원 대비 46.2% 낮다. 재배면적 증가가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양배추생산자연합회 자체적으로 실시 중인 하품 출하 금지 및 분산 출하를 위한 저장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시장 내 거래량은 7314톤으로 전년 대비 16.2% 줄었다. 김학종 양배추생산자연합회장은 “도매법인 등에선 소비 둔화로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소비가 안 될 리 없지 않나. 가격이 반등되지 않는 건 결국 수입 때문이다”라며 “수입 유통량이 수치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이미 많은 소비처에서 국산을 수입으로 대체했다고 추정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오늘날 월동채소 재배가 제주에 국한되지 않고 전남지역 그 이상으로 확대된 만큼, 김학종 회장은 정식 때부터 조·중·만생을 지역별로 구분해 재배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주산지인 제주와 전남의 유통을 묶어내 출하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브로콜리는 재배면적이 줄었지만, 날로 증가하는 수입 거래물량 탓에 가격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한 달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브로콜리 물량은 총 1210톤이며 수입산은 662톤으로 그 비중이 과반 이상인 55%를 차지한다. 당연히 시세는 전·평년에 못미치고 있다.
채호진 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상품인 경우 8kg 한 상자에 브로콜리가 24~25개 정도 들어간다. 평균적으로 한 상자당 2만5000원 이상은 나와야 1개당 가격이 1000원을 유지한다”며 “올해 재배면적도 줄었고 생육기 날씨도 너무 가물고 더워 작황이 좋질 않았음에도 시세가 안 나온다. 수입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채 사무처장은 “날이 따뜻해지니 수확은 평년보다 보름가량 당겨졌는데 시세가 안 나와 현재 굉장히 많은 물량이 저장에 들어간 상태다. 저온저장고에서 4~5월까지 버틸 수 있는데, 육지 브로콜리 출하가 시작될 경우 가격이 더 안 나올 가능성이 커서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제주 브로콜리 재배 농민들에 따르면 3월 이후 출하되는 저장물량은 상품성 하락 우려가 커 항공으로 출하해야 하는데, 농민들은 저장비를 포함해 비용이 더 많이 수반되는 만큼 가격이 뒷받침될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기후와 재파종·생육부진,
출하지연·쏠림으로 이어져
10년 전보다도 못한 시세로 거래되는 대파는 재배면적 증가 영향도 있지만 시장 반입물량이 크게 늘지 않은 만큼 이상기후로 인한 출하지연·쏠림 탓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생육과 수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미뤄진 탓에 하우스 봄 대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4월 중순까지 물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이유다. 현재 가락시장에선 대파 1kg 한 단이 상품 기준 1000원대 중반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생산·출하비를 보전받지 못할 낮은 시세라 농민들은 산지폐기 등의 대책을 촉구 중이지만 정부에선 봄대파 재배면적이 전·평년 대비 감소했다는 이유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해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월동무 또한 긴 가뭄으로 생육이 지연돼 상품성 하락은 물론 출하 쏠림으로 인한 가격 하락까지 덮친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동무 재배면적은 전·평년 대비 각각 약 20.3%·7% 증가했는데, 이상기후로 생육 부진과 상품성 하락이 심각할 정도라 상품 출하율은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아울러 현장 농민에 따르면 올해 크기가 작거나 병충해 피해를 입은 비상품 물량이 평년 대비 2배 이상 많다. 또 3월 초 60% 이상 출하가 완료됐어야 하지만 월동무 파종 직후부터 기후 조건이 열악해 재파종 한 곳이 많아 출하율이 40% 남짓에 그치는 실정이다. 오랫동안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앞으로 출하될 물량이 평년 대비 많이 남아있단 뜻이다. 재파종이 특정 시기에 몰린 탓에 수확과 출하 또한 특정 시기에 집중돼 출하 쏠림까지 불가피한 실정으로, 이후로도 한동안 무 시세가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