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관보전직불 31% 미집행
전년대비 2배 이상 치솟아
전략작물직불 불용률도 18%
세부전략 빈약·유인책 부재
근본적 구조 개편 목소리
한국농어민신문 손민정 기자 2025. 12. 5
경관보전직불의 지난해 예산 불용률이 31.2%로, 2023년 14.2%에서 2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략작물직불, 친환경농업직불 등 선택형 직불금 전반에서 불용률이 증가하며, 해마다 제기되는 공익직불 집행률 개선 요구에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집행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익기능증진직불 사업은 농업활동을 통해 식품안전, 환경보전, 농촌유지 등 공익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선택형 공익직불은 유형에 따라 △친환경농업직불 △친환경축산직불 △경관보전직불 △전략작물직불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본보가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20년 이후 선택형 직불금 불용액은 매년 증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관보전직불은 52억5500만원(불용률 31.2%)이 집행되지 못해 예산의 3분의 1이 남았고, 전년(14.2%)대비 불용률이 2배 이상 올랐다. 전략작불직불 또한 336억1400만원(18%)이 불용되며 전년 7.6%에서 크게 뛰었다. 친환경농업직불도 19억8000만원(8.7%)이 불용되며 전년( 7.9%)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선택형 직불금 예산은 △경관보전직불 168억3000만원 △전략작물직불 1864억5000만원 △친환경농업직불 228억3200만원이었다.
불용액 증가 원인에 대해 농식품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불금 단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농가 수 증가 등을 꼽았다. 경관보전직불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센티브가 높은 전략작물직불로의 이동이 일어났고, 이상기후 영향으로 재배기준 충족이 어려워지면서 협약을 이행하지 못한 농가가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친환경농업직불은 지속적인 친환경 재배면적 감소, 무농약직불금 지급 횟수 최대 3회 제한 등을 불용 증가 요인으로 밝혔다. 전략작물직불의 경우 2023년부터 도입돼 불용액 추이를 판단할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관련 답변을 유보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목적에 맞는 세부 전략 수립과 실질적 유인책 부재가 불용 증가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경관보전직불이 생태계 보전 등의 공익적 목적 없이 단순 경관 개선에 그친다면 제도 추진의 명분과 타당성이 떨어지고, 농업인들도 해당 작물을 계속 재배할 이유가 없다”며 “생태계 보전 등 공익적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게 직불금 단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신규 사업지 선정이 중단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등 지역 기반의 공익형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생태계 보전 등 농업환경 개선을 위한 지역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마을 단위 사업으로, 2023년 이후 신규 마을 모집이 중단됐다.
전략작물직불은 쌀 재배면적 감축을 목표로 도입돼 장기적인 관점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 교수는 “쌀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전략작물 재배의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인 유인책이 아닌 최소 10년 이상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정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농업직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정책인 만큼, 이에 맞는 단가 인상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흥 아시아농업농촌연구원장은 “직불금 단가가 낮아 실질적인 유인 효과가 없고, 계약서를 미작성한 친환경 임차농이 직불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여전하다”고 진단하며 “무농약직불금 지급 횟수 제한 폐지나 동결된 밭·과수 단가 인상 등 전반적으로 직불금을 인상하고, 친환경 임차농 보호조치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는 현행 선택형 직불제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 교수는 “단순 직불금 지급을 넘어 내실화가 필요하다”며 “공익형 프로그램 방식으로 직불제를 개편하고, 농관원의 역할을 키워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