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빈집문제 방치, 지역 쇠퇴 가속 우려···지자체에 인력·예산 충분히 지원해야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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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빈집관리 보고서


일본·영국은 국가 차원 대응

우리는 지자체만 떠안아 한계

공공과제로 명확히 하고

관리·활용 체계 정비 제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2. 16



2000년대 들어서 빈집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책 목표를 설정해 대응해 온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국내 빈집 관리 체계가 법·제도적 측면에서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1일 발간한 ‘빈집 정비 및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입법·정책과제’ 보고서(박인숙 입법조사관)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목표 설정과 지방정부의 실행 역할이 분명히 구분된 해외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는 상위 계획 부재와 소유자 책임 미비로 지자체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기존 주택이 빈집으로 방치되고, 누적된 빈집이 안전·환경·경관 훼손 등 부정적 영향을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빈집 문제는 개별 주택 관리 차원을 넘어 도시·지역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공공 과제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입법조사처는 일본과 영국이 2000년대 초반부터 빈집 문제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려 국가 차원의 목표를 세우고 대응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빈집이 급증하자, 빈집이 근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붕괴 위험이나 위생·안전 문제가 심각한 주택을 ‘특정 빈집’으로 분류하고, 철거가 시급한 경우 행정대집행까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방치되던 빈집에 대해 공공 개입의 타당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영국은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빈집을 철거 대상이 아니라 ‘활용 자원’으로 보고 접근했다. 장기 공실 주택을 개·보수해 저렴한 주택으로 공급하는 정책으로 주거 문제와 빈집 문제를 동시에 완화하는 방식이다. 지방정부가 정비와 활용을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정책 방향 제시와 재정 지원을 맡는 역할 분담 구조도 특징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일본과 영국의 공통점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는 점을 들었다. 중앙정부는 빈집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재정 지원을 담당하며, 지방정부는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 행정명령, 관리·활용 사업 등 실행 주체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빈집정비법을 통해 제도적 틀을 갖추고 지자체도 조례를 마련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도시·지역 차원에서 빈집 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제시할 상위 법정계획이 부재하고, 빈집 소유자의 관리 책임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지자체의 행정·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빈집 정비 대상을 추출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철거 이후 활용 방안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빈집 관리 책임의 원칙적 주체는 소유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소유자 책임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소유자의 자발적 관리를 유도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지자체가 빈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고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빈집 실태조사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순 현황 파악을 넘어 빈집 발생 원인과 방치 기간, 구조적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등급 판정 과정에는 건축·구조 전문가가 참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철거 대상과 활용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고, 철거 비용과 보상 기준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빈집 정책이 아직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며 “빈집을 도시와 지역의 유휴자산이자 잠재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 빈집 문제를 방치할 경우 지역 쇠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일본과 영국 사례가 보여주듯 빈집을 공공정책의 영역으로 명확히 위치시키고 관리·활용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