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경연, ‘농업인 경제심리지수’ 조사 결과 내놔
지수 90.45…“회복 아닌 부담 완화 국면”
‘농사는 계속’ 70% 지속 의지, 승계는 ‘불확실’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6. 2. 15
기후위기와 생산비 상승 등 농업 생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농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기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인의 경영 판단과 기대를 정기적으로 계량화하기 위해 ‘농업인 경제심리지수’를 개발하고 2025년 하반기 시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격과 수급 변동이 잦은 상황에서 농민들의 심리적 인식 흐름을 분기 또는 월별로 공개해 정책에 더 신속히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사는 2025년 3분기(7~9월)와 4분기(10~12월) 두 차례 진행됐으며, 각각 863명과 788명의 응답을 분석에 활용했다.
◆ ‘심리적 저점’ 벗어났지만, 낙관은 일러=지난해 4분기 농업인 경제심리지수는 90.45로, 3분기(89.12)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경기 호전 기준선인 100을 여전히 밑돌았다. 농경연은 “‘상황이 좋아졌다’라기보다는 ‘힘들다고 느끼던 국면에서는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은 더 보수적이다. 12개월 뒤 농업 상황을 내다보는 전망 지수는 79.84로 조사됐다. 이는 농민들이 앞으로의 여건을 현재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판매 여건의 개선이 실제 경영 안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수익과 비용의 인식 괴리’ 현상도 나타났다. 가격·판매·소득·투자 등 수익과 직결된 항목은 일부 개선됐지만, 생산비·생산단가·기후·병해충 등 부담 요인은 완화되지 않았다. 판매가격과 온라인 유통 관련 지수는 4분기에도 100을 웃돌았지만, 생산비와 생산단가 지수는 두 분기 모두 100을 밑돌았다. 농경연은 “농민들은 ‘벌이는 나아질 수 있으나, 버텨야 할 부담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인식 속에서 경영 여건을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경영 의지는 ‘강함’, 승계 전망은 ‘불투명’=농업경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4분기 기준 ‘가능한 오래 계속하고 싶음’과 ‘당분간 계속하고 싶음’ 응답이 70%를 넘어서며 단기적인 경영 지속 의지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후계자 확보는 불확실성이 컸다. ‘(후계자가) 현재 없으며 향후 찾거나 육성할 계획도 없음’는 응답이 14.17%, ‘지금은 없지만 향후 찾거나 육성할 계획임’이라는 응답이 43.73%에 달했지만, ‘확실히 이어받을 사람 있음’ 응답은 8.58%에 그쳤다.
◆ 정책은 ‘기대’보다 ‘불안 완화’=기후와 환경은 단기적인 ‘변수’가 아닌 확실히 부담을 주는 ‘상수’으로 자리 잡았다. 농민 10명 중 7명 이상(76.12%)이 최근 1년간 기후와 관련된 재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농경연은 “농민들이 기후·환경 여건을 단기간에 조정 가능한 영역으로 보기보다,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할 외부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정 정책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양곡관리법 등 신규 정책에 대한 긍정 인식은 유지됐고,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았다. 정책 방향성 지수도 94.43에서 95.32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쳐, 농정이 농업 여건을 뚜렷하게 개선한다기보다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