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소각시설 확충사업 단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 시행으로 수도권 폐기물 지방 원정소각이 가속화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
지방 위탁처리 늘어 주민 반발
싼 반입협력금 등 제도공백 탓
‘배출지·처리지 일치’ 목소리 커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6. 2. 24
올해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가 시행되면서 수도권 폐기물의 지방 이동이 가속화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폐기물이 집중 유입되는 충청권 등의 민심이 들끓는 가운데 이 사안이 23일 기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국면에서 주요 의제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올해 수도권을 시작으로 종량제 생활폐기물을 땅에 직접 묻을 수 없게 됐다.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5년 가까운 유예기간 동안 수도권이 소각시설 확충 등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각지 민간 소각장으로 폐기물을 보내려는 태세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소각시설 갈등 해소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라는 제목의 현안분석 자료에서 한 언론보도를 인용, 올해 11만t 이상의 수도권 폐기물이 비수도권 민간 소각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으로 폐기물이 몰리는데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충북 민간 소각장의 수도권 생활폐기물 위탁처리 물량은 2만6428t에 달했다. 전년(8130t)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양이다.
이같은 ‘원정 소각’에 지역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충남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성명을 통해 “직매립 금지가 (당초 취지인) 폐기물 감량과 재사용이 아닌 소각과 민간 위탁 확대라는 왜곡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환경 위험은 고스란히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폐기물관리법’상 생활폐기물의 발생지 처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폐기물 반입 지역이 사회·환경적 비용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한 ‘반입협력금’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폐기물을 보낼 때 부담해야 하는 반입협력금이 너무 싼 데다 공공 처리시설에만 적용되는 탓이다. ‘반입협력금을 확대’(송재봉 민주당 의원)하고 ‘민간 처리시설에도 적용’(임호선 〃 의원)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수도권 의원이 대거 포진한 국회 지형상 처리는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이 자체 소각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공소각시설 확충사업 기간을 현재 평균 140개월에서 98개월로 단축하는 대안을 부랴부랴 내놨다. 사업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입지 선정부터 설계, 인·허가, 공사 단계까지 전 과정의 소요시간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공공소각시설 확충 최대 걸림돌이 제도상 절차라기보다 주민들의 반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근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령 서울 마포구 주민들은 시가 상암동을 폐기물 소각장 신축 부지로 선정한 데 항의하며 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최근 2심에서 승소했다.
입조처도 앞선 자료에서 “소각시설 갈등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절차의 부재가 아니라 각 단계가 (여러 법에) 분절돼 그 결과가 다음 의사 결정으로 환류되지 않는 구조적 결함에 있다”면서 “개선 방향은 단순한 공청회 확대 등이 아니라 ‘대안 비교→참여 설계→응답 책임→허가·감시 연동→재평가’를 하나의 사슬로 묶는 목적 정합형 입법 연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지에서 분출하는 폐기물 관련 불만은 최근 본격화한 지방선거 국면을 타고 더 증폭되고 있다. 수도권 폐기물이 반입되는 비수도권에선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쓰레기 배출지와 처리지의 일치’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현안인 지자체 행정통합과도 맞물린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전남·광주광역시 통합지자체가 외부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반입·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서울에 준하는 특별시를 만들겠다면서 외부 폐기물을 떠넘기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른 통합지자체에서도 도시 폐기물이 권역 내 농촌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