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지금 일본은] 농민 스스로 하는 저탄소 인증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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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농민 스스로 하는 저탄소 인증



김기흥 아시아농업농촌연구원 원장 2025. 12. 21




일본은 2024년 3월부터 온실가스 감축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농산물을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환경부하저감 라벨을 본격 도입했다. 목적은 명확하다. 환경을 고려한 농산물을 소비자가 쉽게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다. 2025년 10월 말 기준 등록된 농산물은 1447건, 이를 취급하는 판매점포는 1234개소다. 이 제도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한 ‘녹색식료시스템전략’의 실행 수단으로 마련됐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제도의 단순성과 농민 주도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제도의 핵심은 ‘농민이 직접 작성한다’는 점이다. 생산자가 농림수산성 누리집에 이러한 라벨을 받겠다고 이용자 등록을 하면, 정부가 제공하는 ‘농산물 온실효과가스 간이 산정 시트’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농약, 비료, 연료, 플라스틱 자재 사용량 등 재배정보를 입력하면 10a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동 계산된다. 이 결과를 해당 지역의 표준 재배방식과 비교해 감축 기여율을 산출하고, 바이오차 활용 등 탄소 흡수 요소를 반영해 최종적인 삭감 공헌율을 부여한다. 삭감 공헌율이 5% 이상이면 별 하나, 10% 이상이면 별 두 개, 20% 이상이면 별 세 개의 라벨을 부착할 수 있으며 신청부터 부착까지는 약 2주가 걸린다.

소비자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내각부가 2023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환경을 배려한 농산물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로 ‘어떤 농산물이 환경을 배려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반면, 환경을 배려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싶다’ 응답한 비율은 80.7%였다. 결국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정보의 가시성과 접근성이었던 셈이다. 라벨은 이 간극을 메우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이다.

특히 벼에 대해서는 생물다양성 보전 라벨을 동시에 부착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논에서의 생물다양성 실천 항목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1점은 별 하나, 2점은 별 두 개, 3점 이상은 별 세 개로 표시한다. 화학비료 미사용은 2점, 비료·농약 저감, 중간물떼기 연기 또는 중지, 어류 보호, 논두렁 관리 등은 각각 1점으로 평가된다. 온실가스 감축 등급과 함께 표기함으로써 소비자가 환경성과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했다. 중간물떼기의 경우, 실시하면 온실가스삭감 별 마크를, 실시하지 않으면 생물다양성보전 마크를 받게 되는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일본은 이러한 농업 현장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이 사례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복잡한 인증보다 농민의 자발적 참여와 간편한 도구가 확산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농민이 스스로 계산하고, 설명하며, 소비자는 그 노력을 신뢰하고 선택한다. 저탄소 농업은 누군가 대신해주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현장의 농민이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이제 우리도 농민 스스로 하는 저탄소 인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와 함께 일본은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먹거리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식품제조, 유통, 소매업체 12개사와 농림수산성, 환경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감축 노력을 가시화했으며, 2025년 3월 가공식품 공통 전과정 평가에 기반한 탄소발자국 산정 가이드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