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사설] 농민의 한 해, 희망보다 깊어진 시름으로 저문다
2025.12.22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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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민의 한 해, 희망보다 깊어진 시름으로 저문다



한국농정신문 2025. 12. 21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어느 하나 고정된 게 없다는 뜻인 ‘변동불거(變動不居)’를 꼽았다. 이 혼란의 시대를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겪고 있는 이 중에 농민이 있다. 올해도 날씨의 변덕이 농사의 결과를 좌우하는 현실 속에서 농민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기후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지만, 농업재해에 대한 인정과 보상 제도는 달라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농민은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는 셈이다.

농산물을 물가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정책 기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농산물은 기후와 계절에 따라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음에도, 새 정부 역시 수입 확대와 할인 정책을 반복하며 물가 억제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농산물은 싸야 한다’는 인식이 굳어졌고, 생산비 폭등과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농가의 어려움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농민의 소득과 생계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농촌의 풍경 또한 불안정의 그늘에 놓여 있다. 농촌 활력과 에너지 정책을 명분으로 농지 규제 완화가 추진되면서, 식량 생산의 기반은 훼손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농지는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지만, 쉽게 양보되는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주민 동의와 지역 현실을 외면한 에너지 정책은 곳곳에서 송전탑 갈등을 낳으며 농촌 공동체를 흔들고 있다.

요동치는 격동의 시대일수록 농정은 더욱 신중하고 단단해야 한다. 변화의 속도에 농민을 떠밀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농민의 삶을 지켜낼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기후재난에 대비한 선제 대응, 안정적인 소득과 가격을 보장하는 제도, 농지를 지키는 분명한 국가의 책임 없이는 농업의 지속가능성도, 국민의 먹거리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농민들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농민의 삶이 언제까지 흔들려야 하는가. 변동불거의 시대에 농민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임을,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할 때다. 말뿐인 정부의 ‘국가책임농정’으로는 농업·농촌·농민의 안정과 지속가능성을 열어낼 수 없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농민의 땀과 절박함이 농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