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관련법 시행 앞두고
농촌의료 핵심 제도 지지부진
방문진료 수가 낮아 안착 못해
재택의료센터 설립 지원 부족
농민신문 파주=이재효 기자 2025. 12. 2
“경로당 언니네 집에 의사가 오는 걸 보고 따라서 신청해 봤는데, 이렇게 편한 걸 왜 이제야 알았나 몰라. 내일 아들 사는 곳 근처 병원 가서 진료받으려고 했는데 안 가도 되겠어.”
경기 파주에 사는 정봉희씨(83)는 11월25일 처음 방문진료를 받은 뒤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방문진료를 받은 다른 환자들도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기 쉽지 않았는데 집에서 진료를 봐주니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4년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전국에서 통합돌봄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선 제도의 핵심축이 될 방문진료·재택의료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시작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올해 6월 기준 전국 3만6000여 의원 중 참여 의원은 1000여곳에 그쳤고, 이 중 실제 수가를 청구한 곳은 381곳에 불과했다. 이 기간 방문진료의 61.6%가 경기·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농촌에 안착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왔다.
방문진료를 포함해 거주지에서 종합적인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택의료센터도 지정률이 절반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113곳(49%)에서만 재택의료센터가 운영 중이다. 서울·인천·대전·광주광역시 등 대도시의 경우 재택의료센터 지정률이 70∼100%에 달했지만, 강원·충북·전남·경북·경남 등 농촌 비중이 큰 지역은 10∼30% 수준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현장 의료진은 방문진료 수가가 부족하고, 재택의료센터 설립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지원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파주에서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송대훈 연세송내과 대표원장은 “현재 방문진료 수가는 환자당 약 13만원으로 우리 센터처럼 방문진료에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작업치료사 등이 모두 투입되면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재택의료센터 설립이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라며 “‘돌봄통합지원법’상 지자체가 구체적인 통합지원 지역계획을 수립하고 수혜자들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데 관련 경험이나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는 이를 시행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방문진료·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의견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차의료 방문·재택 의료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충형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단독 개원의들은 방문진료 인력을 전부 고용할 처지가 못돼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 중 개원의 비율이 1% 미만”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 거점 단위로 방문진료지원센터를 만들어 간호인력을 지원하는 등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혜민 서울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장도 “방문진료에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경우 수가가 맞지 않는 탓에 환자 섭외, 이동 동선 파악, 수가 신청, 서류작업 등을 개원의 혼자 해야 한다”며 “환자나 행정복지센터도 어떤 병원에서 방문진료를 하는지 알지 못해 이들과 의료기관을 연결해주는 정부·지자체 차원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수가 체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 대표원장은 “방문진료 수가는 행위·재료·약제 등이 모두 포함된 Ⅰ형과 별도 행위료를 받을 수 있는 Ⅱ형이 있는데, Ⅰ형이 Ⅱ형보다 4만원가량 비싸다”며 “하지만 욕창 소독이나 엑스레이(X-ray) 촬영 등의 별도 진료를 해도 Ⅰ형보다 수가가 낮은 경우가 많아, 간단한 진료만 보고 Ⅰ형 수가를 청구하는 의원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