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K-푸드 수출 질주에 ‘짝퉁 한국산’ 활개
2026.01.27
운영자
조회수 : 906
* 국내 유명 식품업체 라면 포장재와 도용한 제품. 왼쪽이 국산이고 오른쪽이 ‘짝퉁’이다. 지식재산처
* 수출용 포도 ‘위변조 방지 봉지’ 겉면에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비추면 태극기 문양이 나타난다. 한국포도수출연합




포장수법 교묘해 구분 어려워

‘한국’ ‘신고배’ 표기 제재 한계

산지, 배 겉면에 큐알코드 부착

단감 포장 디자인 주기적 변경

“수출과 동시에 상표권 등록을”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6. 1. 27



“중국산 배인데 상자에 한글로 ‘한국 신고배’라고 써놨어요. 미국 아시안마트에서 이런 상품이 버젓이 판매됩니다. 한국 사람이 봐도 국산 배로 착각할 만해요.”

지난해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수출액이 104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집계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라면·소스류·아이스크림을 비롯해 포도·딸기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일까. 한국산 농식품 인기에 편승해 ‘짝퉁 케이푸드’를 만드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파악됐다.

농식품 수출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를 혼동하게 만드는 대표적 수법은 ‘포장 디자인 장난질’이다. 가공식품 포장상자 외관을 한국 제품과 흡사하게 디자인하거나, 중국산 배·단감인데도 영어로 ‘Kean pear’라고 표현하거나 한글로 ‘단감’이라고 표시하는 사례가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과거엔 포장은 비슷할지라도 내용물 품질이 떨어지거나 포장기술이 조악했지만, 최근엔 품질과 포장기법이 향상돼 한국산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김원영 충남 천안배원예농협 상무는 “중국산 배는 원가가 한국산의 절반 정도인데, 현지 바이어들이 이를 한국산 배 소비자가격의 90∼95%에 판매한다”며 “바이어로선 ‘진짜 한국산'을 취급하는 것보다 이윤이 더 남기 때문에 중국산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짝퉁 한국산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법도 찾아봤지만 한국‘산’이라고 표기해 원산지를 속이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단순히 ‘한국’ 또는 ‘신고배’라고 쓰는 건 고유명사라서 문제 삼을 수가 없다는 법률 전문가 답변을 받았다”면서 허탈해했다.

산지는 갖가지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배 산지에서 일부 수출용 배 겉면에 큐알(QR)코드가 찍힌 스티커를 붙이는 게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이 QR코드를 촬영하면 ‘이 배는 한국배수출연합에서 인증한 한국에서 생산된 배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포장 디자인을 2∼3년마다 바꾸는 곳도 있다. 길판근 한국단감연합회장(경남단감원예농협 조합장)은 “상자 디자인부터 단감 모양·색택까지 현지 소비자가 외관만 봐서는 국산과 중국산을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어 2∼3년 주기로 상자 디자인을 바꾼다”고 토로했다.

포도는 ‘위변조 방지 봉지’를 따로 제작한다. 이승희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3년 전부터 한국산 포도임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 봉지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포도를 싸는 투명 봉지에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비추면 태극기 문양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김지훈 지식재산처 서기관은 2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 ‘2026 케이푸드 수출지원사업 설명회’에서 “케이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품 포장을 유사하게 만들거나 마크·로고·심벌 등을 흉내 낸 짝퉁 사례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수출 대상국에 해당 유사 상표를 한국 법인보다 먼저 등록한 뒤 역으로 한국 기업을 상표권 침해로 신고하는 적반하장 행태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서기관은 “케이푸드 수출 초기에는 현장 반응 조사 차원에서 상표권 등록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추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수출과 동시에 상표권을 현지에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