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오락가락’ 전략작물…농가만 된서리
20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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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제 3년 만에 방향 바꿔

‘수급조절용 벼’ 품목에 넣고

콩·가루쌀 지원면적은 축소

농가, 재배계획 조정 불가피

일관성·실효성 비판 목소리



농민신문 김소진, 김제·정읍=윤슬기 기자 2026. 1. 27



정부의 전략작물직불제가 시행 3년 만에 방향을 바꾸면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직불금 대상에 ‘수급조절용 벼’를 새로 포함한 반면, 그동안 확대를 독려해온 콩·가루쌀(분질미) 지원은 축소돼 정책의 일관성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전략작물직불 지원 품목에 ‘수급조절용 벼’를 새로 포함하고, 참여농가에 1㏊당 500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한다고 최근 밝혔다. 공급이 부족할 땐 밥쌀용으로, 평소엔 가공용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사업에 약 1000억원의 예산을 신규 투입하면서도 그동안 재배를 독려해온 콩·가루쌀의 지원면적은 되레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두류 지원 면적은 하계 기준 2025년 2만8000㏊에서 올해 2만2000㏊로, 가루쌀은 1만6000㏊에서 8000㏊로 축소됐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정부의 정책 기조를 불과 3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꿔 놓은 결정이라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2023년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쌀 중심 구조를 밀·콩·가루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밀 8%, 콩 43.5%의 자급률 목표를 제시하고, 이들 품목의 재배확대를 독려해왔다. 이에 따라 직불금 지급면적도 두류는 2023년 1만8600㏊에서 2025년 3만2100㏊로, 가루쌀은 같은 기간 2000㏊에서 9700㏊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올해 지원이 축소되면서 두류만 해도 30% 이상의 감축이 불가피해져, 농가들은 다시 재배계획을 조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했던 전북 김제와 정읍에서는 혼란이 더 크다. 김광식 김제원예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논 타작물재배를 장려하면서 김제 들녘이 논콩으로 바뀌었고, 농가들은 농기계·설비에 억대 투자를 했는데 다시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며 “2025년산 콩 수매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수종 정읍 샘골농협 조합장은 “지난해초에는 벼 대신 콩을 늘리라고 지역별 할당까지 내려 성실히 따랐는데,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었다”며 “이러니 정부를 믿고 농사짓는 농가만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커지고, 결국 벼농사만 한 게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루쌀이나 콩사업을 펼치려던 지역농협들은 기반 시설에 수억원대 투자를 해놓은 상황인데 정책이 급변해 위험을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수급조절용 벼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수확기 가격이 오르면 계약 이탈이 발생해 수급안정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확기 가격 상승 등으로 계약을 임의로 파기하면 수급조절용 직불금을 지급하지 않고, 두차례 연속 파기 시에는 사업참여를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선 생산 확대만으로 전략작물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며, 가격·시장·수요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콩 등 기존 전략작물의 직불단가 인상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수입 콩과의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수매가를 조정하고, 부족분은 직불금으로 보완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고 소비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중장기적인 수요 확대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대표는 “직불은 생산을 늘리는 수단일 뿐이고, 시장은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급식·가공산업·군납·공공기관 수요, 민간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수요를 먼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식품 소비는 생활 습관이라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며 “일본도 분질미가 3∼4년간 공급초과 현상을 빚었지만, 10년 넘게 가공업체를 지원하는 등 소비 진작 정책을 펼친 끝에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시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밀·대두 국산화사업’을 통해 자국 농산물의 소비 기반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산지와 가공업체가 밀·콩의 용도·물량·조달방식을 담은 공동 계획을 제출해 정부 인정을 받으면 생산라인 전환과 보관시설 확충, 신제품 개발, 원료 효율화 같은 투자에 정책금융·세제 지원이 연계된다. 여기에 가공·외식 업체 매칭과 시제품 개발·홍보 지원까지 더해 자국산 밀·대두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토대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