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지금 일본은] 일본 농지 임대차 제도의 전환
20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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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일본 농지 임대차 제도의 전환



정성웅 농촌과 자치연구소 부소장 2026. 1. 18



일본은 2025년 4월 개정한 「농업경영기반강화촉진법」 시행을 계기로, 같은 법에 근거해 운영돼 온 ‘이용권 설정’ 중심의 농지 임대차 체계를 재편하고 농지중간관리기구(농지은행)를 축으로 농지 이용·집적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이는 개별 임대차 계약에 의해 분산돼 있던 농지 체계를 농지중간관리기구와 기초지자체인 시정촌이 수립하는 지역계획과 결합해, 보다 계획적이고 집단적인 농지 이용 체계로 정비하기 위해서다.

종전 일본 농지 임대차 제도의 중심에는 ‘이용권 설정’이 있었다. 이는 농지 소유자와 임차 농가가 임대 기간과 임대료 등 조건을 합의하고 이를 농업위원회가 심의·공고함으로써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소유권은 유지한 채 일정 기간 사용·수익권만 이전되는 이 제도는 1970~1980년대 이후 일본 농지 유동화를 떠받쳐 온 핵심 장치로 임대차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용권 설정은 소유자와 임차인 간 1대1 계약을 전제하기 때문에, 지역 전체의 농지를 장기적·계획적으로 집적·집약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농가 고령화 및 후계자 부재가 심화하면서 계약 갱신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개별 계약이 중첩되는 과정에서 마을이나 지역 단위의 농지 이용 방향을 일관되게 설계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유휴농지가 점증하고 분산·영세한 필지 구조가 고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일본 정부는 농지 임대차의 조정 축을 농지중간관리기구 중심으로 옮기는 선택을 했다. 개정법은 이용권 설정을 전제로 한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농지중간관리기구가 농지를 임차·조정·재임대하는 농지중간관리사업과 농지법상 허가 제도를 농지 집적·집약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농지 임대차는 개별 농가 간 직접 계약보다 농지중간관리기구를 매개로 하는 방식이 정책적으로 더욱 중시되는 모양새다.

이 체계에서 농지 소유자는 소유권을 유지한 채 농지를 농지중간관리기구에 임대하고, 기구는 지역계획에 따라 적합한 담당 농가에 이를 재임대한다. 실제 이용 주체와 조건을 조정하는 기능을 공적 기관이 맡는다는 점에서, 법적 의미의 신탁(trust)은 아니지만 기능적으로는 토지신탁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농지중간관리기구는 도도부현 지사가 지정하는 공익법인으로,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농지 집적과 지역농업의 유지·발전이라는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상업적 신탁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농지중간관리기구를 통한 농지 배분은 시정촌이 수립하는 ‘지역계획’을 토대로 이뤄진다. 지역계획은 기존 ‘사람·농지 플랜’을 법정 계획으로 재편한 것으로, 시정촌이 농업인, 농업위원회, 농지중간관리기구, 농협(JA) 등과 협의해 해당 지역에서 농지를 누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정리한다. 농지중간관리기구는 도도부현 단위 기관이지만, 실제 농지 조정과 이해관계 조율의 중심에는 시정촌과 농업위원회가 있다. 지역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마을 단위 협의가 이뤄지고, 고령 농가의 은퇴 의향과 담당 농가의 경영 확대 계획이 공유·조정된다. 이는 단순한 농지 임대차 중개를 넘어, 지역농업의 미래상을 주민 합의에 기초해 설계하는 계획적 거버넌스에 가깝다.

한국에도 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 제도가 존재하지만, 중앙 공기업 중심의 사업 구조 속에서 지자체가 주도하는 농지 이용 계획과의 연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법상 농지이용계획 제도 역시 구속력과 정책적 활용도가 낮아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고, 최근 도입된 농촌공간계획 또한 농지 이용·집적 방향과의 결합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 결과 농지 계획과 농촌공간계획이 분리된 이원 구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일본의 지역계획 사례가 보여주듯, 농지를 ‘어디에, 누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지역 차원에서 그려내는 계획 체계는 농업 기반 유지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농지은행, 농지이용계획, 농촌공간계획이 제각각 작동하는 구조로는 고령화와 농업 인구 감소 속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개별 제도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농지를 중심으로 지역이 스스로 이용 방향을 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통합적 농지·공간 거버넌스의 틀을 재구축하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