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촌 빈곤화 쟁점 두 가지, 햇빛마을과 스마트팜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2026. 1. 18
한국 농촌빈곤율은 40%가량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노르웨이의 10배 수준이다. 도시빈곤율의 2~3배에 달하며, 삼시세끼 때우기 불편한 농촌 노인빈곤율(57.6%)은 대도시보다 15% 이상 높다. 심지어 이는 소득 수준차에 불과하며, 강남3구 부동산 같은 자산 차이로 진행하면 그 격차를 논하기조차 민망하다.
농촌빈곤의 원인은 흔히 △생산비도 못 미치는 저농산물가의 장기화 △각종 FTA 등 수입농산물 급증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농가의 90%를 넘는 영세농의 만연 △판로 취약과 대자본에 유리한 농산물 유통구조 △농촌 노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이다. 간단히 말해 뭘 어떻게 하든 노령화라는 수렁에 빠진 농가들은 농업소득만으로 빈곤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소리다. 무슨 작물을 심든 소용없다. 영세농 대책, 수입농산물 축소, 청년노동력의 회귀가 없다면, 이 구조적인 가난한 농가 생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농어촌기본소득 실시라는 희망의 동아줄 같은,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10개 시범 군지역, 1인당 월 15만원(연 180만원)이 그것이다. 빈집에 소 들어가듯 없는 형편에 이거라도 어디인가. 그러나 올해 총예산은 2300억원에 불과하다. 국비 40%, 지방비 60%로 구성되며, 국가 총예산의 0.3% 수준이다. 점차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나, 농어촌기본소득의 현재는 근본 대안이 아닌 시범사업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와중에 농촌소득의 새 기원도 제시됐다. 농촌노동력 빈곤을 해소하고 지속 소득의 산실로 꼽히는 햇빛마을과 똑똑한 인공지능(AI) 스마트팜의 등장이다. 태양광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농업노동과 관계없는 공간 소득으로 지속적 수익 창출이 순조롭다. 다른 한편 미래 농법의 기대주로 꼽히는 스마트팜은 노동력 부족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다. 그런데 막대한 투자자본과 시설 설치용 토지가 걸린다. 요즈음 유명세인 경기 여주 구양리 태양광 시설은 시설투자비(1MW)만 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마트팜 평균 설치비 또한 온실구조물(40%), 양액공급시스템(15%), 제어AI 시스템(10%) 등 2억~5억원(100평당 평균 1억원)가량인데, 토지비는 별도다. 단, 청년자립 스마트팜으로 선정 시엔 신축비의 70%(30% 자비)가 지원된다. 아울러 2026년 재생에너지 지원(저리 융자) 총예산은 2조1000억원이며, 그중 태양광 지원은 6500억원(햇빛마을)으로 설치비의 80~85%(가구당 400만~500만원)를 지원한다. 자부담은 15~20% 수준이다. 그런데 태양광 시설의 산지 및 농지 침범 또는 훼손 불가 원칙이 고수되면, 땅이 어디 있나. 결국 돌고 돌아 설치 및 유지관리비와 토지가 문제다.
물론 해법 연구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식량안보와 농지 훼손 불가 원칙에 대한 응용으로 기존 작물수익 대비 태양광 에너지 수익비율(약 80~90%)을 용인하는 영농형 태양광 설치기법 연구개발(고 지지대 설치, 태양광 포화적 최적 간격 설치, 녹차·포도·마늘 등 음지형 적합 작물 개발)과 유휴농지 및 휴경지, 휴경 염전시설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후협약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 증가시켜야 하는데 이게 현재 수준(2024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10%)의 3배라는 점과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투자가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 사업의 낙관 배경이다.
다만 스마트팜은 높은 고정비(초기 설치비, 노지 농법 대비 30~40% 이상 유지관리비)와 상업작물 위주 생산에 따른 마케팅·포장·배송 등 유통비용, 결국 시장 실패 위험 때문에 현재의 고령화 개별 농가가 적극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탈출구라면 구양리가 선택했던 것처럼 공동부담·공동수익 원칙에 따라 유휴지 섭외 후 공동 시설 설치, 작물재배 집단농화, 공동체 이해에 따른 분배로 전환하는 길도 있다. 대단위 마을공동체 성공사업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맘에 걸리지만 문제가 있으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지 그냥 놔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개별 소농의 생산력이 작지 않은, 기계화농법에 익숙한 현행 농가 관행에 따르면 그 옛날 두레 품앗이 같은 집단적 마을공동체로 회귀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파괴와 트럼프 자국이익 우선주의, 제국적 관세약탈의 시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얼마 안 되는 정부 지원 또는 농촌고령화 및 노동력 빈곤에 더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세계적 재생에너지 확장 조류 활용, 농작물 생산유통 AI 적용과 스마트팜에 대한 마을공동체적 접근, 새로운 공간 농업소득에 대한 발견을 지금부터라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준비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