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4일 전남 무안군 농협중앙회 전남본부 앞에서 ‘나락값 8만원 보장 광주전남 농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농민들이 지역 곳곳에서 가져온 나락을 농협 앞에 쌓은 뒤 강호동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매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통령도 주시하는 ‘농협 문제’…농협개혁 위한 백가쟁명 본격화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5. 12. 1
최근 범농협 조직 내 각종 논란 및 사건·사고에 농민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는 지난달 24일부터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의 업무상 비리, 부당행위 등의 제보를 위한 ‘농협 관련 익명제보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익명제보센터에선 범농협 조직 내 부당한 업무처리, 부정 청탁이나 알선, 갑질, 채용 비리 등 부당행위 사례를 제보받고자 한다.
농민운동 진영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지난달 26일부터 ‘농협 관련 제보 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농식품부 익명제보센터에선 제보 시 증명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반면, 전농 농협 관련 제보 센터에선 직접적인 증명자료가 없더라도 제보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농업계는 농협 조직의 각종 문제점을 진단할 계기가 마련된 지금이야말로 ‘농협 개혁’에 나서야 할 적기라고 여긴다. 농협 조직 차원에서도 내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진 않기에 최근 이례적으로 연달아 각종 개혁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농협 개혁 과제를 둘러싼 농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살펴보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금품수수 의혹 및 지역농협의 수많은 비위 행위 등으로 범농협 조직이 시끌시끌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 그대로일까. 농민들은 다시금 농협개혁의 적기가 왔다고 여기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자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재명 대통령부터가 최근 농협중앙회 문제를 잘 살펴보라고 지시하는 등 농협 조직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초벌 조치에 나섰다.
◇ 농협 차원의 개선 조치, 이걸로 충분할까
농협중앙회로서도 최근 농협이 얼마나 많은 농민·시민의 질타를 받는지 모르는 바는 아닌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이례적이라 여겨질 정도로 연달아 ‘조직 개선조치’를 발표했다.
지난달 12일, 농협중앙회는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로 훼손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농협 조직의 고강도 개혁을 위한 ‘3대 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개혁안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혁신 △지역 농축협 부정부패 제로화 △농업인 부채 탕감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지배구조 혁신 내용부터 보자.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운영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겠다”며 대표·임원·집행간부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대대적 인적 쇄신과 더불어, 임원 선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퇴직자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부정한 인사청탁 행위 등으로 농협 조직 내 논란이 두드러졌던 만큼, 농협중앙회는 부정청탁 행위 근절을 위해 공식 인사상담 절차 외의 경로로 외부 인사나 타 법인 임직원을 통한 부정청탁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청탁 사실이 확인될 시, 보임 해제 및 승진 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도 천명했다. 또한, 금품·향응 제공 등 부정청탁과 연계된 사실이 발견될 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다.
한편 지역 농축협 부정부패 제로화와 관련해, 농협중앙회는 사건·사고가 발생한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 차원의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선거관리기구와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부정선거 행위 적발 시 신속히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 농축협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추진 지역 농축협엔 중앙회의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는 농업인 부채 탕감을 위한 계획으로써 △농업인 장기 연체 채권 소각을 통한 신용 회복 지원 △혁신 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생산적·포용 금융’에 향후 5년간 108조원 투입 △농촌 소멸 방지 위한 자금 3조6000억원 투입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과 같은 범농협 조직 개혁을 위한 중심 조직으로서, 농협중앙회는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주요 부서장이 참여하는 ‘범농협 혁신 TF(태스크포스)’를 지난달 12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TF팀의 주도자들이 ‘개혁 대상’인 농협 내부 임직원들만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TF팀 위원장을 맡은 지준섭 부회장부터가 2023년 NH농협은행의 ㈜서영홀딩스 대상 부당대출 연루 의혹으로 지난 7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지난 10월 28일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당했다.
◇ 문제 해결 위한 ‘백가쟁명’의 시기, 기회는 지금이다
농협 자체적인 개혁이 가능할지를 놓고 정부도, 농민들도 의구심을 갖는다. 우선 정부 측 입장을 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부터도 농협중앙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부터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농식품부도 농협 관련 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 등의 업무상 비리, 부당행위 등의 제보를 위한 ‘농협 관련 익명제보센터(익명제보센터)’의 운영을 시작했다. 불법·부당한 업무처리, 부정청탁이나 알선, 갑질, 채용 비리 등 범농협 조직 업무 전반의 부당행위 사례를 제보받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농식품부 익명제보센터엔 ‘증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 때만 제보가 가능하다. 농협 조직 내 비위 행위 중 성범죄나 갑질 등의 경우 직접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게 매우 어려운 만큼, 익명제보센터의 취지와 별개로 비위 행위 조사에 있어 제약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전농 차원에서도 지난달 26일 자체적인 ‘농협 관련 제보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전농은 최근 범농협 조직 전반의 각종 비위 행위에 대해 폭넓게 제보받으려 하는데, 비단 농민회원이 아니더라도 농협 문제를 목격한 누구나 제보가 가능하다. 또한, 농식품부 익명제보센터와 달리 증명자료 첨부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전농은 농민단체 중 드물게 과거부터 조직 내에 농협개혁을 위한 ‘협동조합개혁위원회(위원장 이용희, 협개위)’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협개위 구성원들은 지금처럼 농협의 각종 문제가 대대적으로 공론화되고, 농협의 각종 문제를 알리고자 하는 농민조합원들의 ‘백가쟁명’이 가속화되는 현시점이야말로 농협개혁의 적기라고 여긴다.
‘백가쟁명’ 분위기에 발맞춰, 전농 협개위는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영수 대통령실 농림축산비서관과 간담회를 가지며 농협개혁을 위한 정부 측의 근본 조치를 촉구했다. 전농 조직 차원에서도 농협개혁운동을 전개하는 연대단체들과 함께 오는 1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전농 협개위는 이번 기회에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실시 및 조직 분권화 등을 통한 농협 민주화 △개혁적 방향으로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신용사업 위주인 농협 사업구조를 경제사업 중심으로 재편 △도시농협의 농산물 판매 활성화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등의 개혁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