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미래 성장공간, 기회의 땅: 농어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묻다’를 주제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정책 컨퍼런스 2025’가 열렸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컨퍼런스
한국농어민신문 홍란 최영진 기자 2025. 12. 16
농어촌이 미래 성장의 무대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역할과 잠재력을 어떻게 실현할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올해 시행 첫해를 맞은 ‘제5차 농어촌 삶의 질 기본계획(2025~2029)’을 기반으로, 생활인구 확대와 에너지 자립 기반 구축 등 실효성 있는 농어촌 정책 추진을 위한 방향이 제시됐다.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공동 주관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정책 컨퍼런스 2025’가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관계인구 확대와 에너지 자립형 모델을 중심으로 농어촌의 미래 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생활인구 정책 효과 내기 위해
지역과 지속적 관계 형성하는
관계인구 중심 ‘질적 심화’ 필요
중간지원조직이 실현 핵심 축
▲ “생활인구에서 관계인구로”…‘중간 연결자’ 역할 부상
우선 생활인구 정책이 사회·경제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생활인구의 단순한 양적 증가를 넘어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따랐다.
박형호 KREI 부연구위원은 “생활인구의 지역 기여 효과는 일회성 방문객 수보다 재방문율과 체류 시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제는 양적 확대에서 ‘질적 심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역과 지속적·반복적 관계를 형성하는 ‘관계인구’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생활인구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의 ‘파트너’로 재정립해야 한다. 무엇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함께 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주민들은 외지인의 환경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관계 중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는 ‘중간지원조직(중간 연결자)’의 역할이 강조됐다. 박 부연구위원은 “관계를 발굴·관리하는 중간지원조직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단순 방문을 넘어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거나 전환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인혜 KREI 삶의질정책연구센터 조사·연구팀장도 “생활인구 정책의 질적 전환을 위해서는 중간 연결자가 핵심”이라며 “관계인구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심한 케어를 통해 농촌과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결자는 지역에 따라 플랫폼이나 민관협력 조직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은 “새로 유입된 인구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도 좋지만 기존 공동체와 협력할 수 있는 구조도 중요하다. 이들을 잇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아직 과제”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정민 강진청년협동조합 편들 대표는 “최근 로컬 브랜딩 사업 등으로 지역 유입 인구가 늘고 있지만, 원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은 많지 않다”며 “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활인구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인혜 팀장은 “관계인구 정책은 질적인 가치에 초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책보다도 긴 호흡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에서 관계인구 정책을 추진할 때 주위에서 예산 대비 유입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관계인구 정책이 농촌에 정말 필요한 정책이라고 한다면 인식과 이해를 높여가며 정책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충분히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 발맞춰
생산 전기 보관 ESS 시설 확충
태양광은 반드시 영농형 추진
‘사회적 합의’ 병행 의견도 강조
▲ 주민주도의 에너지 자립형 마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발맞춰 농어촌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도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상규 KMI 어촌사회연구실장은 “바다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바람이 육지대비 70% 세다는 보고가 있다”며 “특히 서해안은 수심이 낮고, 해양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데 다른 지역보다 용이하기에 향후 풍력발전 비중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어촌 에너지 자립마을은 한계도 적지 않다. 이 실장은 “홍성의 죽도는 에너지 자립률 70%를 달성한 성공 사례로 소개되지만, 관광객이 늘면서 디젤발전소를 다시 돌리는 모순이 발생했다”며 “전기가 남아 한때 발전을 중단해야 했던 제주의 가파도 역시 운영 주체와 소유구조 문제 등으로 2020년 철거와 재설치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자립 어촌마을을 위한 과제와 유형별 적합 지역 모델을 제시했다. 이 실장은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기 위한 ESS 시설 확충이 필요하고, 대규모 부지는 SPC, 섬은 한국전력 등 운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마을 에너지 일부 또는 전체를 생산하는 ‘에너지자급형’은 섬, 수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배당하는 ‘지역 수익창출형’은 서남해 연안, 유휴·공공부지를 통한 발전시설 건설은 소규모 연안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간 갈등 조정도 숙제로 제시됐다. 박상우 KMI 박사는 “최근 늘고 있는 전기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지산지소(지역생산·지역소비)’ 개념이 적용돼야 한다”면서도 “여러 이해당사자들간 논의와 합의, 이행 그리고 환류 과정을 위한 ‘리빌딩 맵’ 방식의 모델이 어촌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빌딩 맵은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구조나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을 뜻한다.
에너지의 주인은 마을공동체여야 하고, 주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전주영 여주 구양리 이장은 “2050 탄소중립 정부안에 따라 300GW의 태양광 잠재용량 추진 시 80%가 농지에 집중될 것”이라며 “도로, 철도, 국공유 유휴지 등 비농지의 태양광 잠재용량은 40~55GW에 불과하고, 나머지 260~245GW는 농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 자본에 농지가 잠식되면서 주민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태양광 발전소의 형태는 반드시 영농형이어야 하고 재생에너지 주인은 개인보다는 마을 공동체여야 된다”고 덧붙였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사회적 합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규호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생에너지 정책은 부가가치 창출보다는 이전소득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기후·환경요금이 70% 가까이 올랐는데, 사회적 합의라든가 시민들, 납세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아름 농식품부 사무관도 “재생에너지가 농촌 소멸을 전환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우려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태양광 발전시설로 인한 경관 훼손 논란이나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되는 국민들과의 더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