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식품명인 제98호와 제100호에 선정된 박미희 명인(왼쪽)과 정민서 명인.
‘김치 분야’ 식품명인 지정 2인
조선 후기부터 내려온 조기김치
부족한 단백질 조기 통해 채워
‘임원십육지’에 기록된 겨자김치
원형에 가깝게 복원, 발전시켜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2025. 12. 12
“‘조기김치’는 단순한 김치나 음식이 아니라 제가 지나온 삶이고 신념입니다”, “김치의 생명력은 땅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을 농업현장에서 실천해왔습니다.”
전자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98호 박미희(64) 도미솔식품 대표의 일성이고, 후자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100호 정민서(50) 평창꽃순이 대표의 말이다. 박미희 명인과 정민서 명인은 대한민국김치협회(회장 김치은)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12월 8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박미희 명인은 조기를 포로 떠 무편에 감싸는 ‘조기김치’ 제조법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조기를 이용한 김치는 조선후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김치인데, 김치에 부족한 단백질을 고급 어종인 조기를 통해 채우는 방식”이라면서 “반찬등속(1913년) 등 대부분 문헌에 조기젓을 사용해 김치를 제조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박미희 명인의 ‘조기김치’는 외증조모, 외조모, 모친을 거쳐서 4대째 전승되는 가문의 비법이다. 조기를 통째로 넣거나 조기젓을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기를 정성스럽게 포를 떠 무편에 감싼 후 배춧잎 사이에 양념과 함께 넣는 방식이다. 박미희 명인은 물려받은 손맛을 현대적 시스템으로 산업화하는데도 성공했다. 2005년 도미솔식품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데, 2024년 기준 연매출 472억원, ‘조기김치’ 매출 55억원을 기록해 전통김치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20년간의 김치제조기술과 노하우를 인정받아 2024년에는 제707호 대한민국 식품명장에 선정된 바 있다. 박미희 명인은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조기김치’는 단순한 김치나 음식이 아니라 제가 지나온 삶이고 신념”이라면서 “김치를 대표하는 한 사람이라는 막중한 책임으로 더 맛있고, 더 깨끗하게 믿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겨자김치’ 제조기능을 보유한 정민서 명인은 “평창의 바람과 밤공기가 김치를 만든다”고 말한다. 해발 600~800m, 낮과 밤의 큰 일교차, 차갑고 맑은 바람 속에 자란 배추와 무를 비롯해 고랭지농업을 바탕으로 만든 평창 김치만의 독특한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정민서 명인은 잊혀져가는 조리법을 복원하는데 노력해왔다. ‘겨자김치’를 조선후기 문헌인 임원십육지(1835년경)에 기록된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으며, 80여종의 고문헌을 분석해 호박백김치, 자박김치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렸다. 옛 조리법의 복원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저염·고칼륨 김치와 같은 기능성 김치를 개발해 전통과 과학을 자연스럽게 연결했고, 생명농업을 배우면서 성필립보생태마을과 협력해 유기농재배시스템도 구축했다. 정민서 명인은 “김치의 생명력은 땅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을 농업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면서 “평창 농부들의 땀과 신념이 김치의 재료가 되는 모델을 통해 지역농업과 김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이제야 제 길을 겨우 발견했다”면서 “유기농 프리미엄 김치사업, 평창 고랭지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 김치 체험·관광산업, 김치문화연구소 설립 등 지역과 산업을 아우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