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신문] “소각시설 갈등 해소, 신뢰·절차적 정당성에 달려”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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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현안 보고서


정부 강조 ‘설치 기간 단축’ 기술

안전성 확보에 기여했지만

주민 의견 반영 못해 불신 키워

‘결정 이전 시민 참여’ 제도화하고

공론화 ‘연계형 입법’ 재설계 제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6. 2. 24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로 수도권 폐기물의 지방 반출이 늘면서 지역 간 갈등이 확산되자 정부가 공공소각시설 확충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설을 빨리 짓는 것’만으로는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주민 수용성과 권역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공공소각시설 설치 기간을 140개월에서 98개월로 단축하고, 2030년까지 수도권에 27개 공공소각시설을 준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19일 발간한 현안분석 보고서 ‘소각시설 갈등 해소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방안’에서 갈등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와 ‘절차의 정당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계획&#8211평가&#8211허가&#8211운영으로 이어지는 제도는 기술적 안전성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주민 의견이 단계별로 유기적으로 반영되지 못해 행정 불신을 키워왔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직매립 금지가 지방정부의 계획·협의·집행 역량을 시험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예외 없는 시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소각 용량 부족과 입지 확보 지연으로 정책 취지와 집행 여건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공백은 민간 처리 의존 확대와 시멘트 소성로 연료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폐기물이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탈수도권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폐기물 이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갈등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세 가지 병목을 지적했다. △후보지 결정 이전에 감량·재활용·권역 협력 등 대안을 충분히 비교·검토하지 않아 “왜 우리 지역인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 △절차가 파편화돼 최종 판단 근거를 종합한 ‘통합 결정 이유서’가 부재하다는 점 △운영 단계에서 상시 검증과 조건 변경 요구를 수용할 협의 구조가 미흡해 갈등이 반복된다는 점 등이다.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결정 이전 참여’의 제도화다. 유럽은 전략환경평가(SEA)와 환경영향평가(EIA) 등을 통해 계획 단계부터 운영까지 절차를 연동하고, 프랑스는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공론화 과정을 독립적으로 보증한다. 독일은 인허가 전 조기 시민 참여를 의무화했고, 일본은 환경영향평가의 스코핑 단계에서 평가 항목과 방법을 초기부터 시민과 공유한다.

보고서는 일본 요코하마시의 ‘G30 플랜’을 사례로 들었다. 분리배출 체계를 7종에서 15종으로 확대하며 약 1만1000회의 주민 설명회를 진행한 결과, 폐기물 발생량을 43.2% 감축했고 예정됐던 소각시설 2곳의 신설 계획을 철회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해법으로 공론화를 ‘부속 절차’가 아닌, 대안 비교부터 사후 재평가까지 연결하는 ‘연계형 입법’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안 비교 의무화 △독립적 절차 보증 △의견 반영 경로 기록·추적 △통합 결정 이유서 도입 △공론화 결과의 인허가 조건 연동 △운영 데이터 상시 공개 및 재평가 제도화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절차의 조각은 풍부하지만 이를 하나의 신뢰 생산 공정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부족하다”며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 제시와 사후 통제권이 결합될 때 갈등은 기술 논쟁을 넘어 사회적 합의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