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국산 감자(왼쪽). 지난해 6월 강원 춘천시 서면 방동리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감자·포도 등 거듭 낮아지는 농축산물 수입 문턱
불안 휩싸인 산지 농민들 “영농 지속성 담보 못해”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6. 2. 13
농산물 수입 문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11개주산 감자와 남아프리카공화국산 포도 생과실의 수입금지 제외기준 제·개정이 고시됨에 따라 국내 생산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검역본부는 미국산 감자의 수입금지 제외기준을 고시했다. 양국 식물검역기관이 미국 11개주산 감자의 수입식물검역요건에 합의함에 따라 기존 22개주에 더해 11개주에서 생산된 감자를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1개주 감자에 대한 수입 허용절차는 지난 2019년 미국 측 제기에 따라 진행됐다. 미국산 감자 수입 가능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현장은 불안에 휩싸인 상태다.
오는 4월 시설감자 출하를 앞둔 전북 김제시 광활면의 농민 A씨는 “이미 미국산 감자 수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11개주에서 생산된 감자 수입이 추가로 허용됐다고 해 지역 농가의 우려가 크다. 대부분 가공용으로 사용되나, 수입 물량이 많아지면 일반 소비로도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시장에서 좋은 시세로 감자를 팔다가도 정부가 시장가격을 이유로 수입을 풀면 하루 사이에 상자당 단가가 2만~3만원씩 떨어진다. 농가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농민은 기후위기로 생산 위협이 가중되는 최근 상황을 언급하며, 수입까지 확대될 경우 영농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뿐만 아니라 검역본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산 포도 생과실 수입금지 제외기준도 지난달 23일 제정·고시했다. 양국 수입허용절차가 마무리돼 수입식물검역요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서다. 제정된 고시는 남아공 수출재배단지와 선과장 등록·관리 기준, 수출검역 및 저온처리 방법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발령 직후 시행된다.
재배면적 증가와 소비 부진으로 수년째 고질적인 가격 하락을 겪고 있는 샤인머스캣 등 포도 생산 농가는 갑작스런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에서 샤인머스캣 포도를 재배하는 농민 성동현씨는 “소식을 듣고 잠이 안 왔다.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라며 “남아공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중국, 호주 등과도 검역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농가 피해가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국내산 포도도 최근 경쟁력이 떨어져 농가 간에 경쟁하기 바쁜데 생산단가가 국내산에 비해 현저히 낮고 품질까지 우수한 수입산 포도가 시장에 들이닥칠 예정이라 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만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동현씨는 농산물 수입 관련 고시 제·개정 소식을 농민들이 일일이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점과 더불어 앞으로 농산물 수입이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은 뒤 FTA 체결로 인한 국내 농가 피해 보전 대책이 비가림 시설 등 생산설비 지원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씨는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국산 농산물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대대적인 홍보와 관련 정책 마련으로 소비기반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씨는 “이대로면 생산기반의 존립이 위태롭다. 공공급식 등을 활용해 소비 확대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신경을 써야 한다”며 “수입 증가로 포도 생산 농가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전체 농산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농가 입장에서도 경쟁력 강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애당초 체급 자체가 맞지 않는 싸움인 만큼 생산기반을 지키기 위한 전 국민적인 인식 확대와 농정 대전환이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