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팜인사이트] [시론] 한달만에 농협개혁안 내놓겠다는 정부 뭐가 그리 급한가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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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0일 출범한 농협개혁추진단. 한달여 회의 후 3월에 개혁안을 내놓겠다는게 농림축산식품부의 계획이다.





정부 개혁안 발표 전 범농업계 집단지성 모으는 공론화 과정 필요

앞선 개혁 실패... 현실에 맞지 않는 중앙회 구조 바꾸는데만 몰두

회원농축협 체급키워 자생력부터 갖게 해야 중앙회 구조 개혁 성공가능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6. 2. 13



지난해 11월부터 농협 개혁의 당위성을 다룬 리포트를 연재하며 개혁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게 데이터가 쌓이자 <열린공감TV>, <농업지식채널 짓다>와 같은 유튜브 매체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이 문제를 말로 풀어낼 기회를 가졌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정치·시사가 주력인 <열린공감TV>에서는 농협 개혁 관련 생방송에 4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고, <농업지식채널 짓다>에서도 신생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단 이틀 만에 수천 명이 시청하며 화답했다. 방송분 마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농협 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을 보며 농협 개혁이 더 이상 농업계 내부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채널 운영자인 정피디와 남재작 박사가 쏟아내는 질문에 답하며 도달한 결론은 하나다. 우리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농협 개혁의 성과가 왜 미진했는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이 농협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기자는 그동안 2012년 신경분리가 현 경제사업 실패의 원인이라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2000년 농협 개혁, 즉 ‘중앙회 슬림화’와 ‘회원조합 중심의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목표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기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시 농축협 통합을 추진했던 정부도 개혁 대상이었던 농협도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당시 개혁이 미완에 그친 것은 하부구조인 지역 농·축협의 규모화라는 선행 과제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 정부의 'Ƈ개월 TF''는 넌센스, 밀실 개혁 벗어나야

최근인 1월 30일 정부는 <농협 개혁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송미령 장관은 3월에 개혁안을 도출해 공개할 것임을 천명했다. 2월 중간에 설 연휴가 버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농협 개혁 추진단>은 4~5차례 회의를 하고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십 년간 얽혀온 농협의 구조적 모순을 단 한 달여의 논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개혁은 폐쇄된 행정 조직안에서 소수의 관료와 전문가들이 조물딱거려 내놓는 ‘탁상행정’으로 완성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정부, 국회, 범농업계는 물론이고, 개혁 당사자인 농축협까지 어우러져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개혁안을 쏟아내고 이를 사회적으로 합의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유튜브 방송에 몰린 수만 명의 시청자가 증명하듯, 이미 공론의 장을 위한 에너지는 충분하다. 정부는 밀실 논의를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는 광장을 열어야 한다.


◇ 억지로 뺏어오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지난 25여 년간 농협 개혁이 공전한 이유는 중앙회를 합치거나 나누는 지배구조 개선, 즉 상층부 논의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중앙회의 경제사업권을 억지로 회원조합으로 옮기려 했던 2000년의 개혁 방향은 정작 이를 받아낼 지역 조합들은 영세하고 파편화된 상태여서 농협의 안산사료공장 한곳이 수원축협 콘소시엄에 매각된게 전부다. 중앙회를 슬림화 하겠다는 개혁기조 아래 이뤄진 조치로는 초라하기 그지 없는 결과물이다. 기초 체력이 부족한 조합들에 사업권을 넘기는 것은 무리였고, 결국 중앙회는 그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더욱 비대해졌고, 회원조합은 중앙회에 더욱 종속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진정한 개혁은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중앙회의 사업을 강제로 빼앗아 오는 것도, 중앙회를 합쳤다 나눴다는 반복하는 것도 답은 아니었다. 회원조합이 스스로 규모화되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읍·면 단위의 파편화된 조직을 넘어서는 ‘메가농협(Mega-Nonghyup)’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지역 조합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유통과 판매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중앙회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슬림화될 수밖에 없다.


◇ ‘메가농협’ 전략과 ''농협 통합 촉진 특별법''

농가 인구의 급감과 디지털 금융의 확산은 더 이상 소규모 지역 조합의 안일한 운영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시·군 단위를 넘어선 광역화를 통해 강력한 하부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가칭 ''농축협 통합 촉진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자발적 통합을 단행하는 조합에 대해 파격적인 조세 감면, 대규모 무이자 자금 지원, 농업관련 인프라 건설 지원, 지역 공공급식 및 필수 유통권 부여 등 강력한 ‘골든 서클’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 전국 1,110여 개의 조합을 700개 이하로 줄여 강력한 광역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개혁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 “하부구조가 단단해야 중앙회가 바뀐다”

중앙회 지배구조라는 상층부 논의에서 벗어나, 이제는 농민의 삶과 직결된 지역농축협, 품목농축협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관료들의 짧은 논의가 아닌, 범농업계의 집단지성을 모으는 공론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밑바닥이 단단해지고 자생력을 갖춘 정예화된 회원조합이 등장할 때, 비로소 지난 25년간 공전해 온 농협 개혁은 자연스럽게 완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