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어민시문] 유통 플랫폼 정산 ‘60일의 덫’··· 위기 때마다 농가피해 키운다
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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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정산주기 단축 나서



한국농어민신문 이두현 기자 2026. 1. 9



신선 농산물 물량 확보 위해

농가에 계약금·선도금 등 지급

운영자금 압박이 더 심해져


유통플랫폼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반복되고 과도하게 긴 정산 주기가 납품업체들의 피해를 키우자 정부와 국회가 정산 주기 단축 등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2025년부터 홈플러스와 초록마을이 기업회생에 돌입하며 유통업계의 경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연말에는 정산 지연 사태를 겪은 위메프가 최종 파산함에 따라 미정산 금액은 6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위메프에 납품하던 A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미정산 대금이 3억원이 넘었는데 결국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고 허탈해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영에 문제가 발생할 때 피해를 키우는 주요한 원인으로 긴 정산 주기가 꼽힌다. 초록마을과 거래하는 한 업체 대표는 “과거 초록마을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당시에는 대금 정산이 15~30일 안에 이뤄졌지만 정육각이 인수한 후 경영난 속에서 최장 60일까지 늘어났다”며 “정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미정산 금액도 늘어나고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온라인 유통업체는 대규모유통업법상 직매입 정산 주기 상한인 60일에 육박하게 대금 지급을 늦추고 있어 납품업체의 불만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대형유통업체 대금 지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경우 유통업체의 평균 대금 지급 기간이 27.8일인데 비해 쿠팡은 52.3일, 컬리는 54.6일에 달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소비자의 구매확정 후 1영업일 안에 대금을 지급해 일반적으로 늦어도 8일 안에 정산하는 것과 비교된다.

전북 지역의 한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국내 유통에서 온라인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입점이 불가피하고, 이런 처지를 아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과도한 정산 주기를 산정한 것”이라며 “특히 신선 농산물의 경우 물량 확보를 위해 생산 농가에 계약금과 선도금 등을 지급해야 하는 통에 대금 지급이 길어지면서 운영자금 압박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기간 짧은 농산물 일반 상품보다 정산 주기 더 빨라야"

공정위 ‘유통업법 개선안’ 발표

송재봉·박상웅 의원도 법안 발의

직매입 20·30일로 감축 추진

이에 지나치게 긴 정산 주기를 제한하고 법적, 제도적으로 정산의 안정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상복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회장은 “공산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고 계절적인 영향도 많이 받는 농산물 등은 일반적인 상품보다 정산 주기를 더 짧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현재 유통업체의 대금 지급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일정 수준의 정산유보금을 강제하거나 정산 보증보험을 도입하는 등 정산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규제 강화라는 칼을 빼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12월 28일 ‘유통분야 대금 지급기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선안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체(직전년도 소매업종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또는 매장 면적 합계 3000㎡ 이상)는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수령일로부터 30일,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는 판매 마감일로부터 20일(현행 40일) 안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송재봉 더불어민주당(청주 청원) 의원은 직매입 60일을 20일로, 특약매입 등을 10일로 줄이는 개정안을, 박상웅 국민의힘(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직매입과 특약매입을 각각 30일, 20일로 줄이는 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정산 주기 단축의 효용성은 인정하면서도 유통업계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차등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양석준 상명대 교수는 “정산 주기 단축은 납품업체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으로 현재 수준보다 단축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정산 주기를 늦출수록 유통업체는 현금이 생기고 이를 투자해 성장하는 만큼 기업의 규모, 성장단계 등으로 분류해 각각의 기준에 따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