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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 [시론] 농협 감사, ‘망신주기’ 넘어 ‘구조 개혁 결단’ 내려야 할 때
202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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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민 사과하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지엽적인 문제보다 농협의 존재 이유인 경제사업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화되고 경쟁력을 잃은 것에 대한 진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론] 농협 감사, ‘망신주기’ 넘어 ‘구조 개혁 결단’ 내려야 할 때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6. 1. 16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고강도 특별감사 결과 발표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농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해외 출장 숙박비 초과 집행, 임직원 비위에 대한 온정주의, 농협재단의 불투명한 운영 등 감사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농협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비위가 있다면 감사를 받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감사가 단순히 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개인의 신상 털기식 ‘망신주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정말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농협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인 ‘사업 구조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비싼 호텔에 묵고 급여를 많이 챙긴다는 지엽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본질은, 농협의 존재 이유인 경제사업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화되고 경쟁력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 ''신경분리 13년''의 참혹한 성적표

지난 2012년 단행된 이른바 ‘신경분리(사업구조 개편)’는 금융수익을 바탕으로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농협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수익을 경신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그 과실은 농민에게 돌아가는 대신 관료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농협경제지주 산하 유통·식품 자회사들은 만성적인 적자의 늪에 빠졌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민간 기업들이 유통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농협은 ‘지주회사’라는 비대하고 관료적인 조직 구조에 갇혀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미 유통 자회사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본금은 바닥을 드러내 자본잠식 상태에 직면했다. 농민의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줘야 할 조직이 스스로의 생존조차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 껍데기뿐인 혁신 아닌 ‘판’을 바꾸는 개혁 필요

농협이 진정으로 농민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제는 실패로 증명된 ‘1중앙회 2지주’ 체제를 해체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첫째, 경제·금융지주를 폐지하고 농협중앙회로 통합해 ‘사업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주회사라는 불필요한 옥상옥 구조를 없애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수익이 경제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마중물’로 즉각 투입될 수 있는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

둘째, 부실 자회사의 재무구조를 과감히 리셋(Reset)해야 한다. 중앙회의 자본력을 활용해 유통·식품 부문의 누적 적자를 완전히 상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협리테일’이나 ‘농협푸드’와 같은 경쟁력 있는 전문 법인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협동조합 모델인 라보뱅크나 폰테라의 사례처럼, 의결권은 유지하되 수익권만 공유하는 방식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외부 자본을 수혈하고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셋째, 인적 자원의 전문성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농협의 고유 정체성을 지키는 ‘협동조합 전문가’와 민간 시장에서 승부할 ‘시장 전문가’의 트랙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유통과 금융 현장에 협동조합식 순환보직을 적용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실력 있는 외부 전문가를 수시로 영입하고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정부의 이번 감사가 농협 길들이기나 특정 인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면, 논의의 초점은 ‘농협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구조 개혁으로 옮겨가야 한다. 14년 차에 접어든 신경분리 체제의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농협이 다시 농민 중심의 조직으로 회귀할 수 있도록 판을 새로 짜야 한다.

농협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200만 농민과 식탁 물가에 직면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은 망신주기식 감사가 아니라, 자본잠식에 빠진 농협 경제사업을 어떻게 회생시킬지, 어떻게 하면 농민의 농축산물을 하나라도 더 팔아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