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24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농지를 투기적 목적으로 보유하지 못하도록 현재 있는 강제 매각 명령 등을 실제로 발동할 것을 주문했다.
부재지주 문제 크지만,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는 무관
우리 농업 낮은 생산성 주된 원인 농지의 파편화까지 고려해야
농촌고령화 등 고려해 농지 소유와 이용의 과감한 분리 추진해야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6. 3. 2
이재명 대통령의 농지 투기 금지 조치와 농식품부의 실태조사로 농촌이 들썩이고 있다.
당장이라도 투기 세력을 뿌리 뽑고 농지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지금 우리 농업의 진짜 문제는 수도권 부재지주의 투기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본질은 바로 ‘낮은 생산성’의 원인인 ‘농지의 파편화’다.
◆ 땅은 넓어졌는데 왜 수익은 제자리일까?
보통 규모의 경제라고 하면 생산 단위가 커질수록 효율이 급격히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농지를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1949년 농지개혁법부터 1994년 농지법 제정 전까지 시행된 ‘농지 소유 상한제’ 때문이다.
이 제도로 인해 우리 농지는 수십 년간 아주 작은 단위로 조각조각 나뉘어 소유권이 흩어졌다. 아무리 돈을 들여 주변 논밭을 사들여 규모를 키워봐야,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장비를 옮기는 이동 시간과 인건비가 더 든다. 대량 구매로 자재값을 좀 아껴봤자, 흩어진 필지 때문에 발생하는 작업 지연 비용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흩어진 논밭을 하나로 모아 특정 경작자에게 몰아줘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구에게 몰아줄 것인지가 특혜 시비가 되고, 특정 주체가 매입 경쟁을 벌이면 오히려 농지 가격만 폭등시킨다. 대통령의 명령대로 부재지주 농지가 매물로 나온다 해도, 인접한 논밭 소유주가 사들이지 않는 이상 파편화 문제는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 해결안, ''소유''와 ''이용''을 과감히 분리하자
본지(팜인사이트)는 무리한 강제 매각으로 법적 시비와 행정력을 낭비하는 대신, 농지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핵심은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이나 별도의 ‘농지관리조합’을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정 지역 내의 농지를 지분화해 공동 소유하고, 실제 경작은 전문 경영체가 담당하는 구조다.
농지 소유자는 땅 대신 ''지분''을 가진다. 고령농이나 비농업인이 자신의 농지를 조합에 현물로 출자하고 그만큼의 지분을 받는다. 땅을 팔지 않고도 자산 가치를 보존하면서, 지분에 따라 안정적인 배당 수익(지대)을 얻는다. 이는 농지연금보다 훨씬 유연한 노후 대책이 된다.
조합은 이렇게 모인 농지 블록을 장비와 인력을 갖춘 전문 경영체에 임대한다. 현재 가을철에만 일시적으로 대규모 논을 빌려 농사를 짓는 조사료 경영체 모델을 연중 상시 체제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개인 경영체: 최소 10ha ~ 최대 30ha 규모로 필수 장비 직접 보유.
-법인 경영체: 최소 30ha ~ 최대 100ha 규모로 대형 장비와 전문 인력 확보.
◆ 지분 거래 시스템 도입
농지를 강제 매각하는 대신 ''지분''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면 농민의 재산권이 보호된다.
지분의 가치는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 해당 농지의 실제 생산력(토질, 기반시설 등)에 따라 결정된다.
맛 좋기로 소문난 화성 지역 논 지분은 프리미엄이 붙고, 생산성이 낮은 곳은 가치가 조정되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게 된다.
지분을 거래 및 배당 주관 하는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농지거래소도 구상해 볼만 한다.
◆ 기대 효과, 투명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이 모델이 정착되면 소유자와 경작자가 명확히 분리된다. 자연스럽게 해묵은 과제인 ‘직불제 부정 수급’ 문제, 농업 보조금 누수도 원천 차단된다.
누가 소유하든 실제 농사는 프로들이 짓고, 소유자는 정당한 배당을 받는 투명한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이제 농지 정책은 ''누가 소유하느냐''라는 도덕적 잣대를 넘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라는 산업적 관점으로 전환돼야 한다. 파편화된 농지의 사슬을 끊고 전문 경영 시대를 여는 것, 그것이 진정한 농지 개혁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