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제주시 조천읍에서 만감류를 재배하는 김동찬씨가 내년 미국산 만다린 무관세 적용에 관한 전망과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올 수입량 2년 만에 10배 ‘껑충’
만감류 성출하기에도 수입 급증
가격 경쟁력 앞세워 ‘공세’ 강화
국내 산업기반 급속 붕괴 우려
정부 지원 확대로 영농기반 보호
적기출하 등 품질관리 강화노력을
농민신문 제주 서귀포=심재웅 기자 2025. 12. 25
미국산 만다린을 국내로 수입할 때 부과되던 관세가 내년부터 철폐될 예정인 가운데 제주 감귤농가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은 수입 만다린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제기된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한라봉’ ‘레드향’ 같은 만감류를 재배하는 김동찬씨(68)는 “최근 2∼3년 사이 온라인이나 수도권 소매점에서의 만다린 판매가 부쩍 늘었다”며 “만다린은 국산 감귤류와 맛·모양 등 특성이 비슷해 과거 수입 오렌지 관세율이 낮아졌을 때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 미국산 만다린 관세율은 144%로 책정돼 해마다 9.6%씩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9.5%인 관세가 내년부터는 완전히 사라진다. 관세가 낮아지는 동안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해 최근에는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727.9t이던 수입량은 2024년에 3099.3t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7951.5t을 찍었다. 2년 만에 10배 넘게 뛴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처럼 단기간 수입량이 늘어난 원인을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로 꼽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단계적인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점차 강화돼왔다”며 “젊은 소비자층이 산미가 적고 당도가 높은 만다린을 선호한 점도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수입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내년이 무관세 원년인 만큼 수입사나 유통사가 시장 정착과 판매 확대를 위해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경쟁력이 한층 더 확보돼 수입과 판매량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주요 수입 시기가 매년 3∼5월에서 국산 만감류 성출하기인 1∼2월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1∼2월 수입량은 2023년 42t으로 소량이었지만 2024년에 440t을 넘어서더니 올해는 1259.9t으로 확대됐다. 김씨는 “3월 이후는 주요 만감류 출하가 마무리될 시기여서 시장이 많이 겹치진 않았는데, 1∼2월은 직접 경합이 불가피하다”며 “소비규모는 한정적인데 무관세 만다린이 국산 만감류 성출하기까지 침범한다면 국산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감류는 노지감귤 대비 고비용 품목이어서 만다린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산업 기반이 급속도로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농가 보호를 위한 농정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김씨는 “비료·유류 같은 농자재 지원을 지금보다 대폭 확대해 영농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만감류 품질 강화를 위해 농가도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조기 출하를 지양하고 적기 출하를 통해 고품질을 유지해야 국산 소비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일학 서귀포 제주남원농협 조합장은 “시장 선점을 노리고 제대로 영글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출하하면 기대보다 못한 맛에 실망한 소비자가 재구매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당도가 오르고 산 함량이 충분히 빠져 가장 맛있는 상태로 출하해야 국산 소비시장을 지키고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