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 주범’과 ‘과잉 생산’ 사이, 대파값의 급등락과 농정 과제
한국농정신문 2026. 3. 1
겨울대파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하락하면서 산지에서는 수확 포기와 선제적 산지폐기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가격 상황 속에서 농민들은 영농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 대파 가격이 물가 상승의 상징으로 거론됐던 상황과 비교하면 극명한 변화다. 가격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현실은 개별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농정 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재배면적 증가와 소비 부진이 지목되지만 이는 현상에 대한 설명에 머문다. 생산 결정은 농민이 책임지지만 가격 형성과 위험 관리 과정은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가격 변동의 부담이 농가에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돼 왔다.
대파 가격은 상승 이후 재배 확대, 공급 과잉, 가격 하락, 산지폐기로 이어지는 흐름을 반복해 왔다. 정책 대응은 대체로 가격 변동 이후에 이뤄졌고, 그 사이 농가는 시장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했다. 가격 상승기에는 물가 관리 대상이 되고, 하락기에는 과잉 생산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 역시 반복되고 있다.
농산물을 물가 관리 중심으로 다루는 정책 접근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격 상승기에는 수입 확대와 소비 지원이, 하락기에는 시장 격리 논의가 이어지지만 생산 기반 안정이라는 장기적 관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농업이 단기 물가 대응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생산의 지속가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산지폐기 요구는 절박한 대응이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 생산 이전 단계에서 수급을 예측하고 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산지 협의체 등 상설 협의 구조를 통해 농민, 생산자단체, 지자체와 정부가 재배 전망과 출하 조절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수급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민 참여 기반의 농정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가격 변동 위험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있다. 생산 책임과 가격 위험이 모두 농가에 집중되는 구조로는 농업의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 수준의 가격 안전장치와 공공적 수급 관리 체계는 특정 품목을 넘어 농업 전반에 필요한 정책 과제다.
대파 가격의 반복적 변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농산물을 단순한 물가 항목이 아니라 식량 체계의 기반으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가격이 아니라 생산 기반의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농정을 재정립할 때 같은 문제의 반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