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농정춘추] 한국인의 식단 전환과 먹거리 교육
2026.03.02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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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춘추] 한국인의 식단 전환과 먹거리 교육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2026. 3. 1



설거지가 끝난 개수대 배수구에서 밥알 몇 개를 건져내 휘휘 씻어 입에 넣던 할머니를 기억한다. 힘겹게 설거지를 마쳤던 며느리(내 어머니)는 할머니의 행동이 썩 달갑지 않으셨겠지만, 쌀 귀히 여기는 할머니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니었을 터다. 나는 도시에 살았지만 농사꾼이었던 조부모님으로부터 농업과 음식의 소중함을 배웠던 것 같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한민국 1인 가구는 약 805만가구로 전체의 36.1%에 달한다. 더이상 아이들은 할머니와 살지 않으며, 부모도 아이들에게 밥 차려줄 시간이 없다. 바쁜 아이들은 학원 주변 편의점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먹고 입시전쟁을 준비한다. 밥상머리 교육을 실현하기 어려운 사회가 된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이뤄졌고, 우리 식단도 예외는 아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인들의 음식 소비구조에 거대한 전환이 이뤄졌다. 이 전환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쌀 소비의 급격한 감소다. 1960년대 중반 한국인은 1년에 130kg 안팎의 쌀을 먹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kg 안팎으로 줄었다. 절반 이하로 내려앉은 셈이다. 둘째, 고기 소비의 꾸준한 증가다. 소위 식단의 육류화가 이뤄졌다. 한 자리 숫자였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이제 60kg에 달한다. 밥보다 고기를 더 먹는다. 셋째, 조선 시대에는 평소 먹지 못했던 밀을 30kg 이상 먹게 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밀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입된다. 넷째, 설탕 소비의 급격한 증가다. 일제 강점기 근대적 상품으로 처음 소개됐던 귀한 설탕을 한국인들은 이제 연간 30kg 정도 먹고 산다.

한국인의 식단 변화는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첫째, 쌀 소비 감소는 미작 중심의 전통 문화 약화와 농가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을 낳고 있다. 국내 농업구조 전환이라는 과제를 던진다. 둘째, 육류 소비의 급격한 증가는 축산업의 집중화와 수입 사료 의존성 증가를 의미한다. 한국의 육류화는 옥수수나 대두 등의 곡물사료를 수입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밀 소비 증가는 한국인 식문화 자체의 변화를 보여주며, 동시에 높은 외국산 밀 의존성을 의미한다. 국내 제면·제빵·제과업체들은 대부분 수입산 밀을 사용한다. 넷째, 설탕 소비의 꾸준한 증가는 사실 가공식품 소비 증가라는 불편한 진실을 반영한다. 별생각 없이 먹는 과자, 빵, 음료 등을 통해 다량의 당류를 섭취하는 것이다.

사람이 무엇을 먹는가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이 합리적이고 좋은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와 시민적 성찰성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먹거리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먹거리에 대해 성찰하는 교육도 받지 못했다. 한국인들은 일찍부터 유치원을 다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어마어마한 지식을 습득하지만, 그것도 부족해 학원 등의 사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자신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식맹(食盲)이다.

세상에 음식과 먹기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과 먹기는 평생의 건강과 연결되는 것이고, 숨이 멎을 때까지 먹어야 산다. 국·영·수나 코딩보다 먹거리 교육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전과 달리 먹거리 교육을 가족이 담당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 그 역할을 이제 사회가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농림축산식품부가 교육부, 교육청,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 관련 기관과 먹거리 교육의 제도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학교 커리큘럼 안에 제대로 먹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또한 먹거리 교육이야말로 평생 필요하므로, 연령대별·인구 집단별 맞춤형 교육 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교육 내용으로는 쌀의 문화·생태적 가치, 수입 농산물의 위험, 식량안보, 가공식품의 위해 등 다양하다. 먹거리 교육을 통해 아이와 어른 모두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고, 자신과 지구의 건강을 지키며, 농민과 음식에 감사할 줄 아는 먹거리 시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