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3일 서울 송파구 한 마트의 매대에 식용 미국산 감자(러셋감자)와 국내산 감자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 소비자 판매가격은 미국산 1.5kg에 7980원, 국내산 1kg에 5980원으로, 미국산이 다소 저렴한 편이고 포장 패키지도 눈에 띈다.&#160 &#160
정부, 11개주산 추가 수입 허용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 논란
올해부터 가공용 계절관세 폐지
국산 감자칩용 수요 직격탄 우려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6. 2. 3
미국산 감자의 수입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미국 11개주에서 생산된 감자의 추가 수입을 허용하며 현지 공급망이 강화된 데다 올해부터 가공용 신선 감자의 계절관세가 폐지돼 연중 무관세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생산 분야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후속 조치이며, 미국 농산물의 추가 개방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최근 개정된 ‘수입금지식물 중 미국산 감자의 수입금지제외 기준’ 고시를 시행했다. 주요 내용은 기존 태평양북서부 22개주(아이다호·워싱턴 등)에 더해 노스다코타·위스콘신 등 11개주에서 생산한 감자에 대해 수입 허용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그동안 ‘제브라칩병’ 등 식물위생과 검역 문제로 수입이 금지됐던 미국 11개주 시장이 추가 개방됐다.
이번 조치로 미국은 감자 최대 생산 지대인 북서부 지역뿐 아니라 중북부 내륙 산지까지 수출 지역이 확대돼 미국 전체 생산량의 90%를 포괄하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미국의 연간 생산량은 1900만톤 규모로 한국(55만톤)의 35배에 달한다. 전미감자협의회(NPC)는 이번 개방으로 한국에 대한 감자 수출액이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관세 장벽과 더불어 관세 규제도 허물어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5년 차를 맞는 올해부터 미국산 감자의 ‘계절관세’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국내 감자 산업 보호를 위해 감자칩용 신선 감자의 경우 국내 출하기인 5~11월에는 38% 관세를, 나머지 기간은 무관세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연중 무관세 수입이 가능해진다. 2028년 호주, 2029년 뉴질랜드와 캐나다의 칩용 감자 계절관세도 차례로 사라진다. 다만, 일반 식용 감자는 TRQ(저율관세할당) 물량(2025년 기준 4406톤)&#160외 304%의 고율 관세가 유지된다.&#160
국내 산지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당장 감자칩용으로 쓰이는 약 7만~8만톤 중 30~40%를 충당하는 국내산 수요 3만톤 내외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한국의 감자 수입량은 10년간 최대인 19만4000톤으로, 신선과 가공(원료) 모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감자 수입국인 미국은 연간 12만톤 내외를 한국에 수출해 왔는데, 이 가운데 2만톤 비중이던 신선 감자 물량&#160증가가 현실화하며 국내산 입지를 위협할 전망이다. 미국산 신선 감자의 수입량은 이미 지난해 역대 최대인 2만5600톤을 기록했으며, 올해&#160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160&#160
금석헌 농업회사법인 해성팜 대표는 “미국산은 가공 적성이 우수한 반면 국내 주력인 ‘수미’ 품종은 생식용 위주라 가공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그간 계절관세와 농심·오리온 등 민간 업체의 노력으로 가공용에 국내산이 일정 부분 소비됐지만, 연중 무관세 수입이 가능한 구조에서는 미국산이 국내산 수요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160
그는 “수미 품종은 기후변화에도 취약해 생산량까지 떨어져 농가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입에 맞설 우수한 가공용 적합 품종이 개발되지 못하면서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가공 시장을 수입산에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160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과 계절관세 완화 등으로 국내산과 수입산 칩용 감자가 상호 보완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식품 가공업체는 국내산 원물을 선호하지만, 계절관세 인하와 국내 작황 변동성 문제로 향후 수입산과의 경합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160
정부의 이번 조치는 2007년 미국의 요청 이후 19년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체결된 한미 관세협상 이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또 다른 미국 농산물의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160
서진교 GS&J인스티튜트 원장은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결과 즉각적인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밝혔지만 양국이 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고, 이후 미국산 감자의 수입 완화 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농업계에서는 사과나 배 등 미국산 농산물의 추가 개방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160
한편 일본은 미국산 신선 감자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어 우리와 대비된다. NPC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 회담 직후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일본은 미국이 요청한 신선 시장 접근권을 30년 동안 미뤄왔다”며, 양국 정상회담에서 감자 시장 개방 언급이 없었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미국이 일본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최종적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산 신선 감자 수출의 일본 시장 규모는 연간 1억5000만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