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비겁하지 말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6. 2. 8
생활물가는 기름값·통신비·의복비·공과금 등 무수히 많은 요소로 구성되지만 정부의 물가 정책은 오로지 식료품에 집중돼 왔다. 특히 기업이 생산하는 가공식품이 아닌,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 원물이 타깃이다. 5000만 인구 중 200만명 밖에 안 되는 생산자가 그나마 ‘각개전투’로 생산하는 농산물은 정부가 가장 손대기 쉬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저항이 약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 정책의 효과는 없다.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하는 쌀값을 지난해의 폭락 가격으로 낮추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도 소비자에게 돌아올 편익은 월 1000원을 넘기기 어렵다. 게다가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은 대책도 없는 반복적 폭락으로 물가 안정에 이미 ‘강제적 기여’를 하고 있다. 간혹 특정 품목이 폭등한다 한들 다른 품목들의 폭락이 이를 완충하고도 남는 구조다.
농산물 위주 물가 정책이 내는 효과가 있다면 그건 ‘사회적 착취’다. 꾸준히 상승하는 물가의 한 모퉁이에서 수십년 동안 억눌려 온 농산물 가격은 도시노동자와 농민의 소득격차를 4배로 벌려 놨으며 ‘적자 농사’의 빈도까지 늘려 가고 있다. 도시민이 누리는 경제성장의 일부는 명백히 농민의 몫을 착취한 것이다. 농민이 착취를 당하지 않으려면, 도시로 이주해 남아 있는 농민들을 착취하는 수밖에 없다. 농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착취 구조는 자연스럽게 농업의 쇠락과 농촌의 소멸, 도시민의 이기심을 조장하고 있다.
양곡법·농안법 개정을 계기로 쌀 등 농산물 적정 가격에 관한 논의가 점화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임할지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물가나 소비자 핑계는 접어 뒀으면 한다. 현 정부 출범의 밑바탕이 됐던 남태령의 목소리도, 최근 공식 설문조사에서 나오는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도 농산물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 말하고 있다. 국민과 농민의 목소리를 듣고, 믿고, 따르면 될 일이다.
오직 정책 편의만을 위해 약자를 짓밟는 정책, 그 정책의 결함과 폐해를 묵인한 채 약자를 착취하는 사회. 새삼 새로울 것도 없는 해묵은 문제지만, 혹여 이재명정부는 다를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다시 이야기를 꺼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