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남태령역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체포, 사회대개혁을 촉구하며 농민·시민이 전개한 투쟁 당시 결합한 충북 제천시농민회의 트럭 뒤쪽에 적힌 구호. ‘10선 농협 조합장''인 홍성주 제천 봉양농협 조합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제천시농민회와 봉양농협 개혁 비상대책위원회의 구호다.
* 전남 순천시 순천농협 파머스마켓 로컬푸드 직매장
셀프연임 조항 털어내고 ‘부활’한 농협법안, 주요 내용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5. 12. 13
농협개혁을 위한 과제 중 하나로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이 거론된다. 제21대 국회(2020~2024년) 당시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이 농협법 개정안을 본인의 ‘셀프연임(이 전 회장 본인부터 농협중앙회장직 연임 허용)’ 시도 수단으로 악용했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 이제야말로 농협 내 특정 세력의 이익 대신 진정한 농협개혁을 위한 농협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농업계 전반의 입장이다.
각계에서 다시금 농협개혁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에 발맞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어기구, 농해수위)에서도 농협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원장 윤준병)는 윤준병·임미애·안호영·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을 조정·통합한 대안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윤 의원 발의안은 큰 틀에서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 내부통제기준 강화 △농촌의 미래를 위한 도시농협 및 농협 계열사의 책임·역할 강화 △지역농협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등의 내용을 제안했다. 임 의원 역시 외부의 지역농협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 농협법 개정 논의, 다시 본격화
21대 국회 당시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내용을 포함시켜 농업계의 반발을 부른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의 재집권 야욕이 낳은 결과물인 해당 개정안의 ‘셀프연임 허용’ 조항으로 인해, 같은 개정안 속 개혁적 내용들까지 ‘오염’된 형국이었다. 농업계는 셀프연임 저지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초 이 전 회장의 셀프연임 시도는 저지됐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해 6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현재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문제의 그 농협법 개정안에서 ‘셀프연임’ 내용을 삭제한 농협법안을 재발의했다. 그 뒤에도 22대 국회에선 다양한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윤 의원 개정안만큼 포괄적으로 농협 내 문제 시정 내용을 담은 법안은 찾기 힘들었다.
한편 이원택·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2대 국회에서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농협 계열사들이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납부하는 금액) 부과율 최저한도 상향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으며,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농협 대상 외부통제 기능 강화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꺼내들었다.
지난 4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선 윤준병·이원택·안호영·임미애 의원이 발의한 이상의 4개 개정안 내용 및 법안소위 위원들의 의견을 조정·통합한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농협법 개정안 발의 뒤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않던 중, 지난 10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금품수수 의혹 제기 등 농협중앙회·지역농협의 각종 의혹과 사건·사고가 공론화되며 농업계 전반에서 농협개혁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졌다. 이 분위기를 틈타 농해수위 법안소위 차원의 농협법 개정 논의에도 가속도가 붙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법안소위를 통과해 농해수위 전체회의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 내용들을 살펴보자.
◇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농민조합원 입장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건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내용이다. 현행 농협법에선 상임조합장의 경우 연임을 2회까지만 허용(총 3선까지 허용)하는 반면, 비상임조합장에겐 별도의 연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비상임조합장은 이론적으론 ‘죽을 때까지’ 지역농협 조합장직을 맡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비상임조합장은 상임조합장과 달리 신용사업 등 일부 사업의 집행이 제한되긴 하나(비상임조합장 대신 상임이사가 신용사업 등 집행), 그럼에도 지역농협의 대표자로서 직원 임면권 행사 등의 권한이 있다는 점은 같다. 또한, 비상임조합장의 장기집권 과정에서 조합장 가족·친인척 채용 비리 및 일감 몰아주기 등의 폐단이 발생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윤준병 의원은 비상임조합장이 장기간 연임하며 지역농협에 영향력을 과다하게 행사하는 걸 방지하고자, 비상임조합장도 상임조합장처럼 연임을 2회까지만 허용(총 3선까지 허용)토록 제한하는 내용을 농협법 개정안에 담았다. 참고로 농협 외 여타 ‘개별법 적용 협동조합’ 중 수산업협동조합은 비상임조합장 연임을 1회까지만,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은 2회까지만 허용한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과 관련해, 상임조합장 대비 업무 권한이 적은 비상임조합장에게 동일한 연임 제한을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며, 비상임조합장 연임 여부는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란 관점 아래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모든 지역 농축협 조합장, 직선제로 뽑자
대안 개정안엔 전국 1031개 지역 농축협의 조합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접투표(직선제)로 일원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역시 윤준병 의원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었다.
현재 1031개 지역 농축협 중 5개 농축협(서울 남서울농협, 서울서남부농협, 서서울농협, 서울축협, 부산축협)은 대의원회에서 조합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를 채택 중이다. 윤 의원은 조합원 의사를 최대한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직선제를 전체 지역 농축협으로 확산해 절차적 민주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해당 내용을 담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조합장 선출 방식을 각 조합의 여건에 따라 조합 자율로 선택하게 하자는 입장이다.
◇ 3농 위한 도시농협의 역할 강화
이번 개정안에선 ‘3농을 위한 도시농협의 역할 강화’ 내용도 다수 확인된다. 이 역시 윤 의원이 제안했다.
도시농협은 농촌농협에 비해 신용사업 등으로 수익을 거두는 게 용이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도시농협이 농촌농협, 나아가 농민을 위한 책무를 강화하게끔 농협법에 관련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 아래, 대안 개정안엔 △도시농협이 농촌농협의 농산물 판매 활성화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토록 할 근거 마련 △도시농협의 연도별 농산물 판매목표액 설정 △도시농협의 도농상생사업비 납부의무 부과(신용매출 총이익의 3% 이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중 ‘도농상생사업비 납부의무 부과’ 내용의 경우, 기존 농협법상 농협중앙회에서 조성토록 규정한 ‘도농상생기금’과 별개로 도시농협에 도농상생사업비 납부의무를 명시함으로써, 도농상생에 필요한 재원 조달의 구속력과 안정성을 담보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개정안대로라면, 농협중앙회는 도농상생사업비를 도시농협으로부터 납부받아 비도시농협을 대상으로 사용할 도농상생지원자금을 조성·운용하게 된다.
도농상생기금은 농협법상 「회원조합지도·지원 규정」에 따라 도시농협들이 ‘빌려주는’ 장기대여금 성격인 반면, 도농상생사업비는 환급 청구가 불가능하다. 도시농협 입장에선 도농상생을 위해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할 금액이 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는 도농상생지원자금이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 또는 이익’으로서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측면이 있기에, 증여세 지출로 인해 도농상생사업 등 본래 목적에 자금을 온전히 사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1일 법안소위에서도 김선교·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도농상생지원자금의 증여세 납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형석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권면직)은 증여세 납부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 농협중앙회·지역농협 내외 통제 강화
개정안엔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의 내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적잖이 담겼다.
대표적으론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지역농협 대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준법감시인 도입 △농협중앙회의 내부통제기준 운영 실태점검 의무화(이상 윤준병 의원안) △자산규모 500억원 이상인 지역농협(사실상 모든 농협) 대상 외부 회계감사 주기를 4년에서 1년으로 단축 △지역농협이 4년 연속 동일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 받았을 시 그 뒤 이어지는 2년간은 농식품부 장관이 지정하는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도입(이상 임미애 의원안) 등이 골자다.
◇ 농지비 부과율 최저한도 상향
지난 4일 법안소위 회의에선 윤준병·이원택·안호영 의원의 농협법 개정안 중 농지비 부과율 최저한도 상향 관련 내용을 통합·정리한 뒤 통과시켰다.
현재 각 농협 계열사에서 납부하는 농지비의 최저상한은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라 총회에서 정한 부과율에 해당 계열사의 직전 3년 평균 매출액(금융계열사는 영업수익 기준)을 곱한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 농지비 부과율 최저상한은 농지비 규정이 신설된 2012년 이래 계속 2.5%로 유지됐다.
윤준병·이원택 의원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에서 ‘매출액의 2.5%’인 현행 기준을 5%로, 안호영 의원은 3%로 인상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4일 법안소위 회의에선 논의 끝에 안 의원의 ‘2.5→3% 인상’안을 대안 개정안에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