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비자 상생 위한 농산물 가격 대책은]
(2) 농민·소비자에 도움 안되는 ‘수입’ ‘할인’ 대책
할당관세 들여와 수입가격 하락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오르기도
민감 품목도 적용 재배의지 꺾여
농사 포기하면 소비자만 피해
식량안보 차원 근본 대책 필요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12. 10
정부가 농식품 물가에 대응한다면서 수입과 할인 지원 확대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물가안정 효과는 충분히 내지 못하는 반면 농가 경영에는 악영향을 주면서 장기적으로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55개 농식품 품목에 할당관세가 적용됐다. 지난해(71개)보다 줄었지만 2020년 대상 품목이 20개 안팎이었던 점에 비추면 여전히 적지 않은 품목에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셈이다. 하지만 효과에는 물음표가 계속 따라다닌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이 2022∼2024년 중 1년 이상 할당관세를 적용한 17개 농식품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할당관세에 따른 수입가격 하락이 소비자가격 하락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가령 배추는 ‘금(金)배추 파동’이 터진 2010년에 이어 지난해 약 10년 만에 할당관세가 적용됐는데 수입가격은 21% 하락한 반면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17% 올랐다. 달걀·오렌지·딸기·파인애플·바나나 등 여타 품목도 마찬가지였다.
기획재정부 역시 ‘2024년 할당관세 부과 실적 및 결과보고서’에서 닭고기·설탕 등의 수입가격 하락이 국내 물가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가 민감한 품목마저 할당관세 빗장을 열면서 농민들의 재배 의지는 꺾이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국산 김치 공세가 매서운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무관세 신선배추 수입까지 늘리니 농민들은 배신감마저 느낀다”면서 “정부가 바뀌었지만 수입 확대로 농산물 가격을 억누르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입 중심의 물가 대응이 농가의 의지를 꺾는 사례는 더 있다. 농식품부는 국산 콩산업을 활성화한다면서 올해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기본 계획물량(18만5787t) 외에는 추가 도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저렴한 수입 콩을 찾는 업계의 성화에 못 이겨 최근 당초 계획을 번복했다. 한편에선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국산 콩 생산을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저렴한 수입 콩에 대한 업계의 의존도를 높이는 모순적 정책을 펴는 셈이다.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또 다른 물가 대책으로 부상한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가 대형마트 등에서 농축산물을 구매할 때 1만원 한도에서 최대 40% 할인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감사원 감사 결과 2023년 6∼12월 대형 유통업체 6곳이 할인 품목 313개 중 132개의 가격을 행사 직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 투입의 혜택이 정부가 목표한 소비자가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에 귀속된 것이다. 이후 농식품부는 “행사 전후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당한 가격 인상이 적발된 업체엔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내년에도 해당 사업을 하기 위해 올해와 같은 1080억원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단기 처방 대신 농가 경영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게 근본적인 물가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GSnJ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주요 농산물 가격은 상승하는데 재배면적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콩의 경우 2020∼2022년 평균 실질 판매가격이 2005~2007년 평균 대비 72.6%나 상승했지만 재배면적은 이 기간 36.2% 줄었고, 건고추는 실질 판매가격이 39.3% 상승한 반면 재배면적은 44.3% 감소했다. 마늘·감자·참깨 등의 양상도 비슷했다.
이를 두고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경영비는 꾸준히 상승하는데 농산물 가격은 불안정해 농가가 안정적 수입을 내지 못하다보니 추세적으로 가격이 올라도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수입품은 국산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해 국산 재배면적이 감소하면 농산물 판매가격은 상승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무엇보다 농가 경영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입 확대와 비축물량 방출, 수확작업비·운송비·도매시장상장수수료 등 각종 지원을 쏟아붓는 반면 가격이 떨어지면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가격 불확실성에 농가가 농사를 포기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