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국농정신문] 감귤·대봉감에 이어 노지 무조차 수확 절도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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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규씨가 지난 11월 15일 자신의 밭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포착한 모습. 김성규 씨 제공




나주서 모르는 작업단이 들어와 무 쓸어가

현장서 신고했는데도 피해 보상 의지 없어

“생계 걸렸는데 한달 째 그저 수사 중" 분통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25. 12. 17



광주광역시에 살며 이에 접경하는 나주시 노안면에서 임차로 농사를 짓는 김성규씨 부부는 지난 11월 15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확을 앞둔 자신의 5000평 규모 가을무 밭에 갔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수확 작업을 하고 있던 장면을 발견한 것이다.

김씨에게 밭을 임대한 땅 주인은 앞서 이 현장을 먼저 목격했지만 김씨가 작업단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고, 뒤늦게 김씨가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2500평의 경작지에서 수확이 이뤄진 뒤였다. 최근 농업관측에 따르면 가을무의 생산량은 통상적으로 10a(300평)당 6톤을 상회한다. 수십톤의 무가 주인도 모르는 사이 다른 이의 손에 넘겨진 셈이다. 일부 무들은 캐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등 현장에선 ‘상품’만 골라내 수확한 흔적도 역력했다.

김씨 부부는 발견 당시 현장의 작업 인원은 물론 무를 실어가던 트럭의 번호판까지 일일이 사진을 찍어 증거를 확보하고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이후 작업을 지시했다는 인물과 연락이 닿았지만, 그는 황당한 수준의 대답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면 어쨌든 잘못했으니 본인이 나타나 얘기를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전화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끊어버렸다. 제대로 된 사과도 듣지 못했고 1500만원만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소규모의 논과 이곳 두 필지 밭에서 대부분의 농업소득을 얻는 소농이다. 당시의 무 도매가 (11월 14일 기준 상품 1개당 약 1800원)를 적용했을 때 5톤차 한 대분의 매출은 1100만원~1300만원 사이로 추정된다. 파헤쳐진 면적을 토대로 계산해봤을 때 다섯 대 분량, 최소 5000만원 상당의 무가 사라진 것으로 김씨는 추정하고 있다.

소득의 핵심을 차지하는 매출 없이 겨울을 날 처지에 처한 김씨는 “이것은 명백한 절도인데 한 달이 지나도록 수사결과나 진척사항을 아직도 전혀 못 듣고 있으니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나도록 김씨의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경찰의 수사결과는 오리무중이다.

최근 제주에서 감귤을 무단으로 수확하는 ''들걷이''로 인한 피해가 또 다시 큰 화제가 된 가운데 지난 10월 경상남도 함안에선 대봉감 과수원에서 똑같은 수법에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농민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인력을 동원해 아예 인력까지 동반해 수확작업을 하며 농산물을 절도하는 사건이 매년 지속되고 있다. 이에 각지 경찰서가 수사 중인 사건의 개요와 경과를 전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나주경찰서 측은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이란 이유로 일체의 설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절도를 행한 자는 형법상 처벌을 받는 동시에 피해액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문제는 현행법만으로는 신속하고 분명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감시체계가 빈약한 농촌 특성상 50%에 미치지 못하는 검거율도 큰 문제지만, 가해 사실과 그 주체를 특정하더라도 보상을 받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소규모 농민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피해로 작용하고 있다.

형사 절차 과정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처벌 판결과 피해 수준을 입증할 증거를 근거로 다시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 절차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심각한 심적·물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법과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고령·소규모 농민이 이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급여생활자들과 달리 농민들은 통상 ‘1년 농사’로 소득을 채우는 만큼 당장 생계에도 위기가 오기 때문이다.

이준경 광주시농민회장은 “매년 수확철 절도가 일어나고 피해가 심각해지는데, 경찰도 매년 예방에 더욱 힘을 쓴다지만 예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특히 (사건 발생 이후에도)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 만큼 형사사법 체계 개선, 농민의 피해구제에 대한 관계기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