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벼 깨씨무늬병 재해 보상기준 너무 높아”
202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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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선씨(오른쪽부터)가 전남 고흥군 포두면에 있는 창고에서 정종휘씨, 조형준 흥양농협 상무와 저장 중인 벼를 살펴보고 있다. 벼 깨씨무늬병 피해를 봐 정부수매 때 출하할 예정이다.
* 정호선씨 창고에서 저장 중인 벼. 깨씨무늬병 피해를 봐 붉은빛을 띠는 벼가 적지 않다.




피해면적 30% 이상 등 엄격 적용

상당수 피해농가 대상서 제외

생산량 감소·미질 하락 ‘삼중고’

보험 미가입땐 수매증빙 힘들어

“기준 완화하고 조사방식 개선을”



농민신문 고흥=장재혁 기자 2025. 11. 16



“농업재해로 인정은 해놓고 보상 대상에선 제외된 논이 적지 않아요. 많은 지원이 이뤄질 것처럼 홍보한 것과 현실은 차이가 큽니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에서 9만9173㎡(3만평) 규모로 쌀농사를 짓는 정종휘씨(71)는 10월말 손해평가사를 통해 25필지(1필지당 3966㎡·1200평) 가운데 8필지에 대해 벼 깨씨무늬병 피해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중 4필지만 농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정씨는 “피해면적 30%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해 29%가 나온 곳은 제외됐다”며 “멀쩡해 보이는 필지에서도 대부분 생산량이 감소했는데 피해가 눈에 보이는 곳을 농업재해 대상으로 인정을 안하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는 10월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지정하고 농약대·대파대·생계지원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상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벼 깨씨무늬병 피해조사 방법’에 따르면 지원대상을 병무늬면적률 51% 이상인 피해면적이 30% 이상이면서, 수확량이 평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경우로 제한했다. 피해율 기준이 30% 이상 80% 미만이면 1㏊당 농약대 82만원을 지원하고, 80% 이상이면 1㏊당 대파대 372만원을 직접 지원한다.

피해농가들은 수확량 감소와 미질하락으로 전체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피해정도가 기준에 못 미쳐 농업재해 보상도 받지 못하면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포두면에서 15만8677㎡(4만8000평) 규모로 쌀농사를 짓는 정호선씨(71)는 “피해를 많이 본 편이라 전체 수확량이 평년의 3분의 2도 안된다”며 “대부분의 논에서 피해를 봤는데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일부만 보상된다고 하니 농사짓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피해 증명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지원대상 확정을 위한 증빙자료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농가는 피해조사 내역서, 미가입농가는 미곡종합처리장(RPC) 수매실적으로 지정했다. 재해보험 가입자는 보험사 조사결과를 제출하면 되지만, 미가입자는 RPC 수매실적으로 수확량 감소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RPC 수매실적으로는 정확한 수확량을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남지역 RPC 관계자는 “농가들이 올해 피해벼를 RPC에 출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RPC 수매실적만으로 평년에 비해 수확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재해보험 미가입농가는 농업재해 신청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사 신청했더라도 생산량 감소를 입증하기 어려워 피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조사 과정에서 수확량 증빙자료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 농작물재해보험 미가입농가들이 피해보상에서 배제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피해접수 농가 대부분이 재해보험 가입농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64%다.

이에 농업재해 보상기준을 완화하고 조사방식 개선 등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약대·대파대 등은 농가가 농사를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라며 “피해율 같은 보상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고 피해조사 인력과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