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월동채소 가격이 너무 떨어져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지난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무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무·당근·양배추 등 제주산 월동채소 가격 하락 심화
현장 농민, 생산비 보장 안 돼 적자 걱정에 ‘발 동동’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6. 1. 23
제주서 주로 생산되는 월동채소의 가격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생산비 보장은커녕 적자 농사가 불가피해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데 정부 대책은 현재 전무한 실정이다.
먼저 김장철부터 하향곡선을 그려온 무 가격은 최근 들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1월 2주차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20kg 무 상품 가격은 약 1만2570원으로 전년 평균 2만6215원 대비 52% 감소했다. 대아청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겨울 한파 등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없었고 단수가 크게 줄지 않아 생산이 과잉된 탓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지난해 월동무 파종 이후 많은 양의 강우 및 무더운 날씨가 지속됨에 따라 재파종 면적이 많은 상황인데, 해당 물량이 2월 중순부터 본격 출하될 예정이어서 다음 달 가격 하락 폭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월동무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지난해보다 월동무 출하량이 적은 데도 가격이 오르질 않고 있다. 소비가 굉장히 위축된 영향이 큰 탓이다”라며 “체감하기엔 가을철 잦은 비로 병충해가 많아 생산 단수가 약 20~30% 줄었는데도 가격이 약보합세를 지속 중이다. 최근엔 날이 따뜻하기까지 해 밭에서 무가 계속 자라다 보니 수확을 미룰 수도 없어 시세가 낮더라도 작업·출하를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당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가락시장에선 22일 현재 기준 1월 한 달간 전·평년에 못 미치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가격은 전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약 한 달 동안의 거래량이 전년 대비 4.8% 감소했음에도, 거래액이 40.5%나 줄어든 상태다. 1월 2주차 당근 가격(20kg 상자, 상품 기준)은 약 2만3455원으로 전년 평균 6만3816원 대비 63%, 5년 평균 3만4439원 대비 32% 낮다. 원인은 재배면적 증가로 인한 과잉생산이 주효하다.
제주도 구좌읍에서 당근을 재배 중인 한 농민은 “성장기 때 고온다습한 기후조건 탓에 단수가 평년 대비 20%가량 줄었는데, 일단 면적 자체가 전년 대비 50% 이상 과잉생산돼 가격이 평년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아울러 과잉생산된 물량의 시장 출하를 조절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물량이 계속 쏟아져 가격이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당근 생산 농민들에 따르면 생산비 보장이 가능한 적정가격은 평균 3만원 이상이다. 이에 농민들은 현재 적자 농사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양배추는 최근뿐 아니라 향후 가격 전망까지 우려된다. 제주지역 외에도 전남 지역 육지 양배추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적지 않아서다. 지금보다 출하량이 늘어나는 2~3월 무렵엔 큰 폭의 가격 하락이 예견되는데 제주지역 양배추는 4~5월까지 출하된다. 이에 가락시장 법인 관계자는 운송비 등 원가가 높은 제주지역의 양배추 재배 농가 상황이 추후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1월 2주차 양배추(8kg망, 상품 기준) 시세는 평균 약 5858원이다. 전주 평균 7205원보다 17%, 전년 1만1397원 대비 약 49% 낮다.
한편 제주도에서 월동채소를 주로 재배 중인 한 농민은 “농식품부 정책이 소비자 물가에만 맞춰져 생산자 소득은 얼마나 더 떨어지든 말든 내팽개쳐진 지 오래다. 하다못해 자조금을 통한 수급 사업도 가격 하락보다 가격 상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제대로 된 생산비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농가에서 체감하기엔 실효성이 없다. 언제까지 이 현실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