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선 쌀 소비 확대에 기여해온 주먹밥, 즉석밥(햇반) 등이 식사대용빵·컵라면 등과의 경쟁에서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국내 쌀 시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흐름이란 분석이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의 한 농협하마로마트 쌀가공식품 매대.
햅쌀 대신 수입산·비축미 선택
‘가격 탄력성 낮다’ 공식 깨져
국산 애용만으로 시장 유지 불가
소농 이탈해도 대농 연결 안돼
▶우리 쌀산업 시사점은
‘
단위 면적당 수익’ 관점 전환
농가-농협-도매-실수요자 참여
4자간 장기계약 모델 구축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12. 12
일본의 쌀값 폭등과 품귀 사태 이후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반면교사 삼아, 장기 계약을 통한 가격 안정 체계 구축과 적정 가격 설정, 소농 기반 유지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찬익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일본 농업협동조합신문>에 실린 일본 최대 쌀 도매업체 (주)신메이 후지오 사장 인터뷰를 분석한 ‘일본농업 톺아보기’를 발표하며 “우리 쌀산업이 참고할 시사점이 크다”고 평가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후지오 사장은 △비싼 쌀값이 불러온 소비 감소와 쌀 기피의 악순환 △쌀도 더 이상 가격에 둔감한 식품이 아니라는 점 △소규모 농가 이탈이 대규모 농가로 단순 흡수되지 않는 구조적 위험성 △‘가마당 가격’이 아닌 ‘단위 면적당 수익’ 관점으로의 전환 △농가&#8211농협&#8211도매업계&#8211실수요자 간 장기계약의 필요성 등을 짚었다.
전 연구위원은 이를 토대로 △소비 이탈을 막는 적정 가격 수준 설정 △중산간 지역 소농의 유지 △다수확 품종 확대를 통한 면적당 수익 제고 △장기계약 기반의 가격 안정 체계 마련 등을 국내 쌀산업이 참고해야 할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먼저 “9월에 햅쌀이 매대에 오르기 시작했는데도, 소비자들이 선택한 상품은 수입미와 정부 비축미였다”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소비 감소를 넘어 쌀 기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일본 사례가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소비자 시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대체식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감정적 ‘국산 애용’만으로는 시장을 유지할 수 없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전 연구위원은 “쌀은 주식이므로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기존 공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대형 편의점에서 인기를 끌며 쌀 소비 확대에 기여해온 주먹밥, 즉석밥(햇반) 등이 식사대용빵·컵라면 등과의 경쟁에서 다시 밀리기 시작했고, 일본의 HMR 시장에서도 쌀 기피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는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농가 이탈이 자동적으로 대규모 선도 농가의 농지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됐다. 전 연구위원은 “일본 사례를 보면 중산간 지역 소규모 농가가 은퇴해도 대농들이 해당 논을 맡지 않는다고 한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며 “이 논리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다수확 품종을 통한 ‘단위 면적당 수익’ 관점의 전환 필요성도 언급됐다. 그는 “식탁용 수입쌀 SBS 쌀(동시 매도·매수)의 연간 도입 한도인 10만톤이 전량 낙찰되고, 민간 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쌀이 올해 1~8월에만 8만톤에 달한다는 사실은 HMR·외식업계가 외국산 쌀을 적극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시장 수요가 명확한 만큼, 농가가 생산 전략을 효율성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특히 농가&#8211농협(JA·전농)&#8211도매&#8211실수요자가 참여하는 4자 간 장기계약 모델이 쌀 산업 안정화의 핵심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60kg당 2만엔을 보장하는 5년 계약을 체결하고, JA·전농(유통 조직)이 이를 집하해 도매업체 신메이가 사들여 실수요에 연결하는 방식은 일본에서 실현 가능성이 큰 모델이며, 우리도 충분히 시도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석을 마무리하며 “기후위기까지 겹쳐 매년 수급 불안과 가격 요동을 겪고 있는 우리 쌀 시장도 생산·유통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