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열린 RPC 사업운영 활성화 워크숍에서 한 참석자가 수급조절용 벼 정책과 관련해 농식품부에 질문하고 있다.
농식품부, 쌀 공급 과잉 대응 목표
2024년산 수매가 기준 설계
단가 낮아 농가 참여 유인 관건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25. 12. 12
정부가 쌀 공급 과잉에 대응하고 수급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내년부터 수급조절용 벼(가공용)를 사전 격리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첫해 격리 규모는 2만ha, 10만톤이다. 다만 이 사업은 가격이 낮았던 2024년산 수확기 수매가를 기준으로 설계돼, 2025년산 벼값이 오른 현 상황에서 농가 참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대전 서구 둔산동 KW컨벤션에서 열린 ‘RPC 사업운영 활성화 워크숍’에서 수급조절용 벼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논에 콩·조사료·가루쌀 등 타작물 재배를 지원해 왔으나, 품목 과잉 우려와 낮은 재배 적합도 등 구조적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평시에는 가공용으로만 사용하도록 용도를 제한해 밥쌀 시장에서 완전히 분리·격리하고, 공급 부족 등 유사 시에는 신속히 밥쌀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가와 RPC 간 계약재배 방식으로 2만㏊(10만톤 규모) 물량을 사전에 격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참여 농가는 ㏊당 직불금 500만원과 가공용 쌀 판매금 621만원 등 총 1121만원의 소득을 보장 받는다. 이를 40㎏ 포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6만5210원 수준이다. 사전 격리된 물량은 흉작 등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는 밥쌀 시장에 투입되지 않아, 시장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된다.
워크숍에서는 RPC와 생산자단체 대표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농가가 체감할 만한 가격 수준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수급조절용 벼는 사업계획을 세울 때 2024년산 수확기 수매가를 기준으로 했다. 사업 설명에는 ‘밥쌀용보다 40㎏당 약 4000원 정도 더 주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데, 정작 2025년산 벼값은 전년 대비 크게 올라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올해 쌀값이 오른 상태에서 과연 이 단가로 농가 참여를 유인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 설계 특성상 ‘장래 가격’을 반영해 유동적으로 짜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사업을 설계할 당시 기준으로는 가능한 한 단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라며 “2025년산 수매가가 높은 것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으나, 지역별·품종 혼합 수매 등으로 실제 농가 수매가는 통계상 평균 단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도 있어 ‘평균 수매가’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쌀값은 매년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금은 높지만, 신청 시기(내년 2~5월)에는 농가 기대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며 “수급조절용 벼는 쌀값이 낮아졌을 때도 일정한 ‘고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메리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 처음 시행하는 신규 사업인 만큼, 사업 성과가 좋고 쌀값 안정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쌓이면 기재부와 협의해 향후 단가 인상 요인을 충분히 설명하고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RPC 대표는 “정부 양곡 재고미(2~3년 묵은 구곡)를 가공용으로 공급하던 것을 줄이고, 수급조절용 벼로 대체하면 정부 예산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그렇게 절감되는 예산을 향후 수급조절용 벼나 공공비축미 등에서 농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부라도 환류해 줄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재부를 설득할 때도 공공비축이나 시장격리 예산과 비교해 ‘지출 구조조정 효과’가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예산을 따냈다”며 “내년 이후 실제 예산 절감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이를 근거로 환류 사업 등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RPC 관계자들은 참여 유인, 보관 방식, 매입 자금 지원 방안 등을 잇달아 제기했으며, 농식품부는 “내년 처음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사업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