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농민신문] “집행도 안한 채 국비 신청”…농촌지역개발사업 부실 적발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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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추진실태 감사보고서’

사업 보조로 지어진 시설 점검

방치·법 위반 등 운영상황 지적

미집행·이월예산도 1조원 넘어

“농식품부, 제도개선 추진해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12. 25



농촌지역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시설 상당수가 준공 후에도 운영되지 않거나, 법적 절차를 어긴 채 추진된 사실이 감사원 점검에서 확인됐다. 집행 실적은 미미한데 지방자치단체가 국비를 반복 신청하는 사례까지 확인되며 사업 전반의 부실이 드러났다.

전남 함평군은 2018년 12억원을 들여 청년창업카페 등을 조성했지만 6년이 지난 2024년까지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경남 산청군도 2022년 4억5000만원을 들여 조성한 창업지원시설이 운영 계획조차 없이 비어 있는 상태였는데, 경남도에는 ‘정상 운영 중’으로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점검 대상 시설물 210곳 가운데 14곳은 미운영, 12곳은 운영 미흡, 4곳은 법 위반 등 기타 사유로 운영이 부적절했다.

기본 절차를 무시한 채 사업이 추진된 사례도 확인됐다. 충남 아산시는 72억5000만원을 들여 유통센터와 공동조리시설 등을 지었지만, 농업진흥지역 해제 요건을 검토하지 않아 일부 시설은 준공 뒤에도 활용되지 못했다. 감사원은 장기간 미사용 시설을 다시 점검하고, 사업계획 단계에서 법령상 필수 절차를 검토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은 “운영 주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획과 운영이 분리된 형태로 시설이 지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촌은 공공시설 수요가 크지만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 법적 절차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 만큼 설립 과정 전반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주민이 참여해 읍·면 단위의 5∼10년 발전 계획을 스스로 세울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 운영 부실과 함께 미집행·이월 예산도 문제로 지적됐다. 농촌지역개발사업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 수탁사업의 미집행·이월액은 2020년 7456억원에서 2023년에 1조2977억원으로 74% 증가했다. 농식품부 소관 사업만 따로 보면 같은 기간 4802억원에서 1조2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50억원 이상 대규모 사업이 전체 미집행액의 35%(3503억원)를 차지했다.

한 예로 충남 공주시 유구읍의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은 2020년에 착수 예정이었지만 2024년까지 실시 설계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2020∼2024년간 농식품부에 국비 128억5500만원을 신청했다. 감사원은 “대규모 예산이 미집행·이월하는 일이 없도록 사업계획 수립 등 행정 절차 이행 여부, 연내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보조금을 교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농식품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구 소장은 “건축 관련 절차가 복잡해져 부지 매입 등 초기단계만 2∼3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공이 사전에 부지를 확보한 뒤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