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의원 “유령 농업인 차단해야”
세무 행정으로 진짜 농민 못 가려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2025. 11. 12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인 신원 확인 강화를 위해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의원(비례대표)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농업인 식별 체계를 세무 인프라와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농가가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임의등록제다. 등록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고, 허위나 중복등록이 적발돼도 처벌 조항이 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농식품부는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정책 수혜 자격을 확인하기 위한 행정수단일 뿐, 실제 농업인을 식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사업자등록을 통한 통합 식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자등록제를 도입하면 세무자료와 거래기록을 연계해 허위등록이나 유령경영체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업인이 영농을 시작할 때 국세청에 작물재배업·축산업 등 업종코드로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고, 휴·폐업 시 신고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임미애 의원은 “누가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정확한 등록체계를 통해 공정한 정책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자등록을 도입하더라도 영세율을 적용해 농민의 조세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프랑스·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농업인 사업자등록제를 시행 중이며, 독일은 사업자등록 이후 보조금 수혜자격만 별도 시스템(InVeKos)으로 관리한다.
한편 지난달 28일 국회 농해수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임 의원이 “농업인 사업자등록제 조속한 추진 과제 착수”를 요구하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인규 글로벌스마트팜연구소장은 SNS를 통해 “가짜 농민을 솎아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농업인에게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큰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장은 “사업자등록은 세금 부과를 위한 세무 행정수단일 뿐, 진짜 농민을 가려내는 제도가 아니다”며 “관리 주체를 농식품부에서 국세청으로 옮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미 올해 2월부터 거짓 등록 시 벌금 및 재등록 제한 규정이 시행 중인데, 이를 무시하고 제도를 전면 개편하려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장은 임 의원이 언급한 영세율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영세율은 세율이 0%라는 뜻이지, 신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농민이 모든 거래를 신고해야 하므로 행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농업소득 10억 원 이하 농가는 이미 소득세가 비과세이지만, 사업자등록으로 소득이 투명해지면 건강보험료 등 간접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현장 불안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장은 “대다수 고령·영세농에게 장부 작성과 세무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농업경영체 등록제의 내실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주기 갱신제와 처벌 규정을 철저히 적용하고, 농협·유통센터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집적하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고령농 대상 세무지원과 건강보험료 완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