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김호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현장과 소통하는 체계 구성
사무국에 ‘식품정책팀’ 신설
국정과제 기준으로 정책 논의
가짜 농민 가려낼 ‘정의’ 세워
품목·영농별 맞춤 농정 중요
실경작자 중심 농지제도 개선
쌀 완전자급 ‘식량주권’ 강조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6. 1. 22
- 취임 5개월이 지났다. 소회는.
▶농특위는 농어민과 전문가·정부가 대화·소통·협의하는 거버넌스 조직이다. 취임 후 토론회와 지역별 타운홀미팅 등 50회 가까운 간담회를 열었다. (학자이자 활동가로) 그동안 정책 시행을 촉구하다가 이제 시행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
- 최근 본위원 구성이 완료됐다. 이번 농특위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전문가뿐 아니라 단체 등 현장(의 농어민)을 많이 위촉했다. 현장과 지속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 현재 구성 중인 분과위원회도 현장과 전문성의 조화를 추구할 것이다. 국정과제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5개 분과위 외에 ▲농어촌기본소득특위 ▲농어촌재생에너지특위 ▲여성농어업인특위 등을 두고 사무국에 식품정책팀도 신설했다.
- 최근 약칭 결정이 불발됐듯 현업종사자들이 당장의 이해관계를 두고 갈등하면 장기 과제 논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익숙한 ‘농특위’와 농어업을 포용하는 ‘농어업특위’ 사이에서 논의가 평행선을 그었다. 에너지를 소모할 일이 아니라 판단해 공식 약칭을 정하지 않기로 했다. 정책 논의에서 같은 장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건 기우다. 밤을 새워서라도 논의할 거고 끝까지 합의를 위해 설득할 거다. 결국 중재해야 한다면 국정과제를 기준으로 삼겠다.
- 최근 현장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의미 있는 제안이 있었나.
▶농업인 정의와 농지제도 개선, 청년농에 대한 단계별 지원 도입, 친환경농가 판로와 안정적 임차문제 해결 등이 거론됐다.
- 농업인 정의는 지난 정부 농특위에서도 농업의 산업화 차원에서 논의됐는데.
▶그런 차원은 아니다. 농업인 정의가 분명해야 맞춤형 농정이 가능해진다. 가짜 농업인은 가려내고 영농방식 등 시대 변화는 반영해야 한다. 1000㎡(303평) 이상 농지 경작 등 현재 농업인 기준은 벼농사 중심이다. 품목·영농 형태별로 각각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역시 공론화와 합의 과정을 거쳐 마련할 거다.
- 농지제도 개선 방향도 궁금하다.
▶‘농지농용’ 원칙에 따라 농지를 농사에만 쓰도록 하면서 실경작자를 보호하는 방향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농지관리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임대차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시민 상속농지는 일정 기간 농사짓지 않으면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공성’과 ‘유동성’이 농지제도 논의의 핵심 키워드다. 제도개선을 위해선 농지전수조사를 통한 정확한 농지통계 산출이 선행돼야 한다.
- 식량주권을 강조해왔다. 식량안보와 차이가 있나.
▶식량안보는 무역자유화를 전제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개념이다. 식량주권은 비슷하지만 식량의 생산·유통·가공·소비 전 과정에서 생산자와 국민 주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곡물메이저와 대규모 수입업체로부터 주권을 행사하려면 어느 정도 자급이 꼭 전제돼야 한다.
- 국내 자급률은 계속 정체인데.
▶쌀은 지금처럼 100% 자급률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 비축물량이 항상 50만t은 남아 있어야 한다. 보리·밀·콩·옥수수는 지금까지 생산정책에만 치중했다. 가공·유통·소비를 연계하는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 충남도 3농혁신위원장을 지낼 때 지역 콩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장류를 만드는 가공업체를 학교급식에 납품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생산과 소비를 알선하면서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 소비자가 주권을 강조하며 값싼 수입농산물을 먹자고 하면 어떡하나.
▶그렇더라도 안정적 자급 기반은 갖춰야 한다. 100% 자급은 어렵지만 기본적인 밑바탕은 국산으로 깔아야 식량위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 신년사에서 농촌에너지 전환 대안도 내놓겠다고 했다.
▶농촌에너지 전환은 RE100(재생에너지 100%)과 농촌주민 소득을 위해서도 가야 할 길이다. 다만 단계가 있다. 마을공동체가 합의를 이루고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이 첫번째다. 농지보다 공공기관 지붕이나 주차장·비탈면 등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농지를 활용하는 영농형태양광은 다음 단계다. 이땐 생산량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생산량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 과징금을 물리거나 패널을 철거하는 등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 새해 농정 대전환을 기대하는 농민들께 한마디한다면.
▶새 정부에서 농정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농업을 산업적 측면으로 보다가 농민·농업·농촌, 그중에서도 농민을 맨 앞에 세우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재해와 소득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가 대표적이다. ‘농업 4법’ 등 개정을 통해 이같은 책임농정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새해 농특위는 현장 의견을 잘 듣고 부족한 점에 대한 보완 사항을 부처에 제안하겠다. 현장 농정이 실천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양석훈, 사진=이종수 기자
◆ 김호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961년생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 박사 ▲단국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충남도 3농혁신위원장 ▲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