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55~64세 지방 이주 의향 높고
지방 중소기업도 구인 수요 커
취업 지원으로 귀촌 유인해야
‘사회적 임금’ 더해 수입 보전을
5극3특·기본소득과 연계 가능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6. 1. 13
“‘김부장’이 돈이나 능력이 없어요, 열정이 없어요? 이분들 40년은 더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는 관심이 없어요.”
지난해말 저서 ‘베이비부머 리턴즈’를 통해 베이비부머의 지방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는 ‘3자 연합’을 제안한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최근 만났다. 인터뷰에선 지난해 가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자주 언급됐다. 제목 속 조건을 갖춘 ‘김부장’도 이른 퇴직 후 남은 반평생을 걱정하는데 하물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장년층은 어떻겠냐는 것. 그는 ‘3자 연합’이 수많은 ‘김부장’은 물론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전작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를 통해 압축도시·메가시티 정책을 제안했다. 관심이 베이비부머 귀촌으로 이동한 배경은.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연구를 이어오다 흥미로운 통계를 접했다. 비수도권 중 5대 광역시를 뺀 도(道)지역에서 45∼64세 중장년층 인구 증가분이 최근 5년간 20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청년의 수도권 집중과 반대되는 국토의 인구 맞교환 현상이다. 이런 흐름에 추임새만 넣으면 지역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 ‘3자 연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인구사회학적으로 베이비부머(특히 55∼64세 젊은 베이비부머), 공간적으로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산업경제적으로 중소기업은 귀한 자원이지만 우리 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 뒷전으로 밀려날 위기에 놓였다. 베이비부머가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방식으로 3자를 엮으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결합을 정책으로 뒷받침하자는 제안이다.
- 귀촌 지원책은 이미 있지 않나.
▶대부분 청년 유입책이다. 더이상 지원할 사람이 없으니 청년정책 대상 나이를 조정하는 일이 벌어진다. 젊은 베이비부머의 잠재력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잘 모른다.
- 책 전반에서 강한 희망이 읽힌다.
▶세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언급했듯 이미 이동이 시작됐다. 둘째, 상당수가 떠날 의향이 있다. 2024년 토지주택연구원이 1955∼1974년생 1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은퇴 후 지방으로 이주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12.5%, ‘계획은 없으나 의향은 있다’는 응답이 62.7%였다. 셋째, 지방 중소기업이 너무나 절실하다.
- ‘3자 연합’에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정보 불일치 해소다. 지방에 일할 곳, 살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병원이 없어 위험하다는 인식의 개선도 필요하다. 물론 실제 이주 걸림돌도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 열악한 의료 여건은 실제 장벽 아닌가.
▶일상적 건강 점검은 농촌에서 얼마든 가능하고, 주기적인 정밀 진단도 인근 대도시에서 받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농촌에서 느끼는 실질적 어려움은 심장마비 등 위급상황 발생시 대응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의 부족이다. 그래서 응급의료 시설로부터 5㎞ 내에 위치한 지역으로 귀촌을 권한다. 이에 해당하는 읍내 주거지가 적지 않다.
- 읍내 중심으로 귀촌이 이뤄지면 격오지 소멸은 더 빨라진다는 우려가 있다.
▶읍내도 농촌이다. 농촌을 지킬 방법은 압축해서 제대로 된 인프라를 집어넣는 것이다. 배후 인구가 줄면 인프라가 사라지는 건 자연과학 법칙과 같다. 그러면 농촌은 소멸한다. 격오지에서 일하고 농사지을 수 있지만 사는 건 뭉쳐야 한다. 그 중심으로 주거단지와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공간을 의인화해 모든 공간을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 중장년이 지방에서 할 일이 있나.
▶막노동하라는 게 아니다. 현장 인터뷰 결과 지방 중소기업에서 인사·회계·마케팅 등 분야의 중간관리직 수요가 상당했다. 특히 전통 제조업보다 식품가공제조업에서 이런 수요가 뚜렷했다. 귀농뿐 아니라 귀공(歸工)에도 주목하자.
- 임금이 열악하지 않나.
▶은퇴 후 부부의 적정 생활비가 월 350만원 정도다. 금융소득 등으로 충당 가능한 게 230만원 언저리다. 지방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으로 215만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30만∼40만원의 ‘사회적 임금’을 얹으면 중장년이 받아들일 만한 수입이 된다. 사회적 임금은 새로 만들 필요 없이 고용지원금을 지방 중소기업 취업자에 한해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고, 건강보험료 경감 대상을 지방 중소기업 취업자로 확대하는 등 있는 제도를 조정·활용하면 된다.
- 정부의 ‘5극3특’과도 결합되나.
▶물론이다. 초광역권은 대도시거점·중소도시거점·농어촌거점이 분업체계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대도시로 청년이, 농어촌으로 중장년이 이동하는 순환체계를 공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귀촌은 농어촌거점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 올해 시범 도입되는 농어촌기본소득을 활용할 수 있을까.
▶‘3자 연합’ 활성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선도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좋겠다. 실제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해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마중물이 될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인구감소지역 귀촌인에게 주택연금 실거주 요건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다. 실현되면 효과가 클 것이다. 이에 더해 주거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지방 이주 유주택자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지방 이주 자체가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양석훈, 사진=김병진 기자
※ 마강래 교수는…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국토균형발전을 주제로 여러 연구를 해왔다. 재정분권이 지역간 부의 불균형을 키우는 모순을 지적하면서 균형발전 대안으로 ‘메가시티’를 제안한 저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가 유명하다. 최근 지방시대위원회가 발족한 ‘귀촌·일자리 촉진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